석 달 전 퇴사한 민주노총 산하 금속노조 유성기업지회 조합원이 이달 20일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뒤늦게 알려졌다.
29일 금속노조 유성기업지회에 따르면 올해 9월 퇴사한 조합원 오모(57) 씨가 이달 20일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유성기업지회 관계자는 “지난 28일 연말 총회를 하고 난 뒤 식사 자리에 부르려고 오씨에게 전화를 했으나 연결이 되지 않았다”며 “나중에 오씨의 누나와 연락이 닿았고 그제서야 비보를 전해들었다”고 말했다. 유성기업지회는 “고인은 1991년 유성기업에 입사해 28년 동안 일했다”며 “올해부터 회사에 출근 못 하는 일이 잦았고 이 때문에 주변의 만류에도 스스로 퇴사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유성기업지회는 노조파괴를 벌인 사측이 오씨의 죽음에 책임이 있다고 강조했다. 유성기업지회는 “퇴사한 후에는 동료들과 연락이 잘되지 않았고, 28일에서야 가족을 통해 장례를 치렀다는 소식이 전달됐다”며 “고인이 죽은 원인은 유성기업 사측의 노조파괴와 이를 방조한 공권력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유성기업지회는 “고인은 회사도 출근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충남노동인권센터의 정신건강 실태조사에 참여하고 상담을 받아왔다”며 “100만 원도 안 되는 월급을 받으면서도 동료들 몰래 노조에 투쟁 기금을 내던 마음 착한 선배였고 동료였다”고 전했다.
유성기업지회는 “유성기업의 노조파괴는 조합원들의 일상을 잔인하게 파괴했고, 스스로 세상을 등지게 하는 극단의 현실로 노동자들을 몰아넣고 있다”며 “2016년 한광호 동지의 억울한 죽음 앞에서 오열하며 ‘다시는 동료를 떠나보내지 않겠다’고 약속했지만, 그 피눈물이 채 마르기도 전에 또다시 억장이 무너지는 동료의 억울한 죽음과 마주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유성기업지회는 또 이런 상황에서도 적극적으로 해결에 나서지 않는 고용노동부와 국가인권위원회 등 정부를 규탄했다. 지회는 “고용부는 2016년 7월 유성기업 노동자들이 집단적인 우울증으로 정신질환 문제가 악화할 우려가 있다면서 사측에 ‘임시건강진단’ 명령까지 내렸다”며 “사측이 말도 안 되는 이유로 수용하지 않았지만, 고용부는 제대로 관리 감독을 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인권위도 지난 해 6월 조사단을 구성해 유성기업 전체 노동자에 대한 정선건강 진료·조사를 했지만, 조사 결과를 발표하지 않고 어떤 대책도 내놓지 않고 있다”며 “인권위를 찾아가 조사결과 발표와 대책 권고 약속을 지켜달라고 호소했지만 인권위는 우리의 호소를 외면했다”고 덧붙였다.
유성기업지회는 “고용부와 인권위가 약속만 지켜졌어도 오씨의 억울한 죽음은 막을 수 있었다”며 “국가기관의 노조파괴 방조가 노동자를 죽음으로 몰았다”고 규탄했다. 유성기업지회는 다음 달 4일 서울 중구 인권위 앞에서 인권위 규탄 및 입장 발표 기자회견을 열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