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정책

[대한민국 생존 리포트] 미래산업서 인재육성·군사기술까지...경쟁국은 '무한질주' 한국은 '제자리'

[우리는 어디에 서 있고 어디로 가는가]

美·獨·日 이어 中도 투자 늘리는데

韓은 과거청산·갈등·反기업 매몰

반도체·車 위기 속 새 먹거리 없고

AI 인력 확보·군사력 강화 지지부진




지난 2017년 3월 일본 도쿄에서 열린 제10회 일본 전기통신대학(UEC)배 컴퓨터 바둑대회 우승자는 중국의 대표적인 정보기술(IT) 기업 텐센트가 개발한 인공지능(AI) ‘줴이(絶藝)’였다. 비록 AI의 대명사로 불리는 구글의 알파고는 불참했지만 일본의 바둑 AI ‘딥젠고’, 프랑스의 ‘크레이지 스톤’, 페이스북의 ‘다크 포레스트’ 등 쟁쟁한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줴이는 대회 며칠 뒤 일본 정상급 기사 이치리키 료 7단과도 대결을 벌여 승리했다.

우리나라가 과거 청산과 이념대립, 노사갈등, 세대갈등, 반기업 정서 등에 매몰돼 제자리걸음을 하는 사이 미국·독일·일본 등 선진국은 물론 세계의 굴뚝이라는 오명을 썼던 중국까지 미래 산업 육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수많은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우리는 수출입국을 표방한 후 꽤 괜찮은 성적을 거둬왔다. 지난해 무역규모가 1조1,000억달러를 돌파해 세계 9위의 무역국에 올라섰으며 수출액은 세계 6위로 나타났다. 국토면적 107위, 인구 27위의 소국이 거둔 성과라고 보기에는 놀라울 정도다.

문제는 앞으로다. 반도체·자동차 등 주력산업의 경쟁력이 후퇴하는 가운데 한국의 미래를 좌우할 새로운 산업을 육성하지 못한 채 길을 잃고 헤매고 있다. 글로벌 분석 기관들은 ‘경고음’을 쏟아내고 있다. 한국무역협회가 스위스 금융기관인 UBS, 세계경제포럼(WEF),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의 경쟁력지수를 종합한 결과 우리의 4차 산업혁명 경쟁력은 19위에 그쳤다. 대만(14위), 오스트리아(17위), 이스라엘(18위)에도 뒤지는 초라한 순위다. 세계 9위의 무역대국이라는 지위를 무색하게 만드는 숫자다.


선진국들은 민관이 손을 잡고 미래를 준비하는 데 여념이 없다. 지난 수백년간 유지해온 기술우위는 더 이상 의미가 없다는 듯 아예 산업·기술구조를 원점에서 다시 짜겠다는 ‘결기’가 느껴질 정도다. 미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창업생태계도 부족해 연방정부까지 세금을 쏟아가며 기술개발에 나서고 있다. 연 1,480억달러 규모의 연구개발(R&D) 투자에 대한 상업화를 추진하는 방식으로 신산업창출과 스타트업 양성을 간접 지원한다. 미국 내 스타트업의 투자 관련 계약 및 거래액은 4,520건, 5,815억달러(2016년 기준)에 달하며 전 세계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0억달러 이상) 260개 중 절반에 가까운 121개가 미국에 위치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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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연합(EU)은 2015년 ‘유럽산업 디지털화 이니셔티브’를 발표하고 5G, 클라우드 컴퓨팅, 사물인터넷(IoT), 데이터 기술 분야 표준화에 착수했다. 유럽 전역에 ‘디지털 이노베이션 허브(DIH)’를 구축해 대학과 연구기관·산업단체·정부·중소기업과 스타트업들이 한데 모여 미래 기술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인재 확보’ 전쟁도 치열하다. 가장 뜨거운 전장은 AI 분야로, 아마존은 2013년 이후 연평균 AI 관련 전문인력을 1,170여명씩 채용하고 있으며 이들에게 지불하는 인건비만도 2억2,780만달러에 달한다. 세계적인 AI 권위자 앤드루 응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가 이끌었던 바이두의 AI 조직은 중국과 미국에 1,300여명의 R&D 인력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SK텔레콤·KT 등 국내 대기업의 AI 전문인력이 100여명에 불과한 것과 비교하면 천양지차다.

미래 기술에서 뒤지다 보니 국민의 생명을 지켜줄 첨단 군사기술 분야에서 우리는 한걸음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우리의 인접국인 중국은 극초음속 비행체 및 초음속 잠수함 개발에 이어 우주군 창설까지 준비하고 있으며 일본은 스텔스기 개발, 항모 보유, 전자파·사이버 공격 능력 확보 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군사위성이나 스텔스기는커녕 가장 전통적 무기인 전차(K2)마저 파워팩(엔진+변속기) 문제로 생산이 지연되는 등 기술부족과 방산비리에 시달리는 우리 군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김능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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