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금융투자사들이 연이어 런던 부동산 투자에 나서고 있다.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Brexit) 여파로 영국 부동산 가격이 저평가되고 있는데다 파운드화도 10년째 저점을 유지하고 있어 투자에 적기라는 판단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1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키움자산운용은 지난해 12월 ‘키움마일스톤유럽전문투자형사모부동산투자신탁제6-A호, 6-B호’ 펀드 설정을 완료했다. 이 펀드는 영국 런던의 금융회사 밀집지구 ‘시티오브런던’에 위치한 ‘캐논그린’ 오피스 빌딩에 지분을 투자하는 방식으로 수익을 얻는다. 부동산 운용을 통해 발생하는 임대수입과 매각에 따른 자본이익을 추구한다. 투자금액은 총 875억원으로 설정일로부터 5년간 연평균 6.77%를 투자자에게 배당하는 조건이다. 앞서 키움자산운용은 오피스 빌딩 외에도 급속도로 고령화되는 글로벌 추세에 따라 지난해 8월 런던을 포함한 영국 전역에 위치한 110개 케어주택에 520억원을 투자했다. 이는 9,000여명의 신체 장애인과 노인들이 거주할 수 있는 규모다.
국내 금융사들의 ‘런던 사랑’은 전방위적이다. 하나대체투자자산운용은 지난해 12월 ‘하나대체투자전문투자형사모부동산투자신탁89호’를 통해 같은 지역 원 폴트리 건물에 1,300억원을, ‘하나대체투자영국정부오피스자투자신탁1호’를 통해 웨스트민스터 지구 생크추어리 빌딩에 1,600억원을 투자했다. KB증권도 지난해 11월에 런던 샤프츠버리 애비뉴 125번가 빌딩을 인수했고 올 상반기에는 미래에셋대우와 NH투자증권이 시티오브런던의 캐논브리지하우스를 3,800억원에 매입했다.
이런 배경에는 브렉시트 결정 이후 부동산 시장이 크게 위축된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다. 국내에서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상황에서 영국 부동산 가격과 파운드화가 하락하자 비교적 괜찮은 수익을 거둘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영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지난해 런던 부동산 가격은 지난 2009년 이후 9년여 만에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최근에는 5개 분기 연속 하락했다. 반면 파운드 환율은 최근 1년간 1,400~1,500원대로 2,300원에 육박하던 10년 전에 비해 최저 수준이다. 자산운용사의 한 관계자는 “불확실성으로 인해 영국 투자 리스크가 커진 만큼 저점 매수 기회도 확대됐다”며 “우량 임차인만 확보하면 안정적인 수익률을 올릴 수 있는데다 파운드화 가치가 떨어져 환차익도 기대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