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北비핵화 이제는 성과를 내야 한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일 신년사에서 비핵화와 북미정상회담 등 주요 현안에 대한 견해를 밝혔다. 김 위원장은 “미국 대통령과 또다시 마주앉을 준비가 돼 있다”면서도 “미국이 일방적으로 그 무엇을 강요하고 제재 압박으로 나간다면 새로운 길을 모색하지 않을 수 없게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최근 교착상태를 보이고 있는 핵 문제와 북미관계 개선과 관련해 미국과 대화는 하겠지만 제재완화 등 구체적인 협상 여건을 미국이 조성하라는 뜻이다.


이날 신년사를 보면 비핵화에서 북한은 기존 입장과 달라진 것이 별로 없다. 북한은 미국이 바라는 핵 신고·검증 등 결정적인 비핵화 조치를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이는 북한이 기존에 취한 영변 핵시설 폐기와 동창리 미사일발사장 폐기에 상응하는 조치를 미국이 추가로 내놓으라는 것이나 다름없다. 김 위원장은 특히 “더 이상 핵무기를 만들지도, 전파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밝혀 사실상 핵보유국 지위를 굳히려는 속셈도 내비쳤다. 이미 핵을 보유하고 있으니 협상이 진행되지 않아도 아쉬울 것이 없다는 뜻으로 들린다. 미국이 이를 인정할 리 만무하다. 미국은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북한 비핵화(FFVD)’가 이뤄질 때까지 대북제재를 유지한다는 것을 일관되게 밝혀왔고 아직도 그 점에서는 변화가 없다. 앞으로 비핵화 협상이 순탄치만은 않을 것임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이로써 김 위원장이 신년사를 통해 북미관계 개선의 실마리를 제공할 것이라는 한반도 안팎의 예상은 빗나갔다. 이런 상태에서는 김 위원장이 서울에 오더라도 비핵화의 실타래를 풀 수가 없다.

관련기사



올해는 문재인 정부 집권 3년차에 접어든다. 지지율 추이를 감안할 때 올해를 넘기면 국정운영의 동력이 떨어지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어떻게 해서든 올해 안에는 북한 비핵화의 성과를 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동맹인 미국과의 철저한 공조를 통해 북한을 설득해야 한다. 정부가 북한을 달래자고 어설프게 제재완화 목소리만 내게 되면 되레 북한 비핵화 문제를 꼬이게 할 뿐이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