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출-복귀-적응’ 한국 축구 에이스 손흥민(26·토트넘)은 2018-2019시즌 이 같은 사이클을 반복하고 있다. 지난해 8월 아시안게임 때문에 3~4주간 소속팀을 비웠고 9월부터는 A매치에 소집됐다. 조금 있으면 또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이 열리는 아랍에미리트(UAE)로 떠나야 한다. 먼 거리 이동과 시차 적응, 공백 기간 낯설어진 소속팀에서의 적응 기간 등을 생각하면 올 시즌은 사실 부상만 당하지 않고 넘어가도 다행인 시즌이다. 하지만 손흥민은 오히려 잉글랜드 무대 진출 후 한 시즌 최다 공격 포인트를 향해 질주를 이어가고 있다.
새해 첫 경기부터 폭발했다. 지난 1일(이하 한국시간) 사우디아라비아와의 아시안컵 대비 최종 평가전(0대0 무승부)에서 유효슈팅 0개에 그쳤던 대표팀에도 반가운 소식이다. 파울루 벤투 감독의 대표팀은 주전들의 컨디션이 올라오지 않은 탓에 변형 스리백 수비 전술을 꺼내며 실험에 초점을 맞췄다. 그렇다 해도 전방에서의 결정력 부족은 절정의 골 감각을 뽐내고 있는 손흥민에 대한 그리움으로 이어졌다. 손흥민은 대표팀과 토트넘 간 합의에 따라 오는 14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전 뒤 UAE로 떠난다. 조별리그 3차전인 중국전을 잠깐 뛰거나 16강부터 투입될 것으로 예상된다.
2일 영국 카디프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21라운드 카디프시티전. 5경기 연속 선발 출전한 손흥민은 1골 1도움으로 3대0 승리를 이끌며 시즌 5경기 연속 공격 포인트 행진을 벌였다. 최근 선발로 나선 EPL 8경기에서 무려 8골 3도움. 축구통계 사이트 후스코어드닷컴에 따르면 손흥민의 이날 평점은 8.3으로 해리 케인(8.5점) 다음으로 높았다. 지난달 30일 울버햄프턴전에서 도움 1개를 올리고도 팀의 1대3 패배에 웃지 못했던 손흥민은 이날은 “우리가 다시 (2위로) 올라섰다. 그게 가장 중요한 점”이라며 미소 지었다. 토트넘은 1경기를 덜 치른 맨체스터 시티(승점 47)를 제치고 2위(16승5패·승점 48)를 되찾았다.
이날로 이번 시즌 손흥민의 EPL 성적은 8골 5도움이 됐다. 득점 공동 8위에 도움 공동 10위다. 득점 1위는 14골의 피에르 오바메양(아스널)과 케인. 도움 1위는 9개의 에덴 아자르(첼시)다. 2015년 EPL 데뷔 후 처음이자 아시아 선수 최초의 득점·도움 동시 톱10도 기대할 만하다. EPL에 리그컵·FA컵·챔피언스리그를 포함한 시즌 성적은 현재 11골 6도움이다. 공격 포인트 17개. 이제는 지난 시즌의 개인 최다 공격 포인트 29개(18골 11도움)를 넘어설지에 관심이 쏠릴 시점이다.
손흥민은 지난 시즌 전체 53경기를 뛰었다. 1경기에 0.54개의 공격 포인트를 올린 셈이다. 25경기에서 17개의 골이나 도움을 기록한 올 시즌은 경기당 0.68개의 가파른 추세로 공격 포인트를 쌓아가고 있다. 변수라면 아시안컵 일정으로 EPL 3경기 등 최대 4경기를 걸러야 한다는 것이다. 팬들의 바람은 이대로 좋은 감각을 유지해 아시안컵 우승을 이끈 뒤 소속팀 복귀 후에도 차출 전의 컨디션을 이어가는 것이다.
느낌은 좋다. 손흥민은 쉴 틈 없는 연속 선발 기용에도 가벼운 몸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1대0이던 전반 12분 크리스티안 에릭센의 득점을 어시스트했고 전반 26분에는 무사 시소코의 연결에 이은 케인의 원터치 패스에 기회를 잡고는 오른쪽으로 수비를 달고 들어가 오른발로 반대편 골문을 열었다. 경기 시작 3분 만에 케인의 선제골이 터지고 전반에 이미 3대0으로 달아난 덕에 손흥민은 후반 31분 교체돼 나가 체력을 아낄 수 있었다. 직전 울버햄프턴전에서는 풀타임을 뛰었던 손흥민이다. 토트넘은 5일 4부리그 트랜머와 FA컵 64강전을 치른다. 손흥민의 대표팀 차출까지 3경기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