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확 당겨진 졸업식...'무적(無籍) 중3' 어쩌나

서울 초중고교 '1월 졸업' 부쩍늘어

중학교 작년 1곳서 올핸 147곳으로

학생관리 편의 노린 학교측 선호

소속없이 방치 '안전관리 허점' 우려




“졸업식 이후 상급학교에 입학할 때까지는 졸업 전 학교에서 관리합니다.”(서울시교육청)

“졸업식 이후에는 상급학교가 관리하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경기지역교육청)

올해 서울 지역 중학교의 절반 이상이 졸업식을 1월로 대폭 앞당겨 진행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 구로구의 A중학교는 4일, 강남구의 B중학교는 오는 7일 겨울방학과 동시에 졸업식을 진행한다. 9일 졸업식을 여는 경기 일산의 C중학교처럼 경기 등 다른 지역도 사정은 비슷하다. 이처럼 졸업식을 당겨 치르면 3월 고등학교 입학을 할 때까지 두 달가량 사실상 ‘무적(無籍)’ 상태가 되는데 이 시기 학생 관리주체가 지역별로 명확하게 구분돼 있지 않다. 중학생뿐 아니라 초등·고등학교도 졸업식을 앞당기는 추세여서 겨울철 학생의 안전관리 공백을 예방하기 위한 명확한 지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일 서울경제신문이 확보한 2019학년도 서울 지역 초중고 학사일정에 따르면 서울 내에서 12월 또는 1월에 졸업식을 진행하는 학교는 초등학교 11곳(전체 596곳), 중학교 147곳(388곳), 고등학교 74곳(320곳) 등이다. 지난해 초등학교 1곳, 중학교 1곳, 고등학교 7곳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최소 수십 배 이상 늘어난 결과다. 서울뿐 아니라 경기·인천·제주 등 전국 대부분 학교에서도 올 들어 비슷한 추세가 나타나고 있다. 수십년 동안 우리 사회에 자리 잡아온 전통적인 ‘2월 졸업식’ 관행이 빠르게 깨지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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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졸업식’은 학교·학생 관리 편의를 노린 학교 측 선택의 결과다. 사실상 학교 교육을 모두 마친 학생들을 조기에 졸업시키고 다음 학기를 위한 시설 공사 등 학교 관리에 나서는 편이 낫다는 판단이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상당수 학교들이 졸업식을 조기에 실시한 뒤 교실 석면공사 등을 진행하려 하는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현실적으로 상급학교 진학 또는 사회 진출을 앞둔 학생들이 사실상 마지막 겨울방학 때는 관리하기 어렵다는 점도 고려된 것으로 해석된다. 수업 일수만 충족했다면 졸업식 일정은 학교장의 재량으로 정할 수 있기 때문에 절차적으로도 문제 될 것이 없다. 졸업을 앞두고 애매하게 방학을 보내느니 졸업 후 본격적으로 상급학교 진학 준비를 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학생과 학부모들의 호응도 높은 편이다.

문제는 학교들이 지나치게 편의에만 치우쳐 학사일정을 잡다 보니 학생 안전관리의 허점이 드러난다는 점이다. 3월 상급학교 진학을 앞둔 학생이 1월에 졸업을 하면 최대 두 달여간 관리 공백이 생기는데 졸업 전 학교와 입학 예정학교 모두 학생 관리 책임을 미루면 안전사고와 학생 일탈 등에 학생을 무방비로 노출시키게 된다는 우려다. 최근 수능 후 친구들과 졸업여행을 떠났다 참변을 당한 강릉 펜션사고 이후 겨울철 학생 안전사고에 대한 감독이 강화되는 추세와도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특히 이 시기 학생 관리의 주체에 대해서는 지역별로 제각각이라는 점도 문제다. 서울시교육청은 “졸업식은 미리 하지만 상급학교 진학 전 2월 말까지는 해당 학교가 관리 주체가 된다”며 “각 학교에서도 ‘졸업은 하지만 여전히 학생 신분’이라는 점을 공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경기 지역의 교육청 관계자는 “중학교 졸업 이후 학생 관리는 배정된 고등학교에서 하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했다. 다른 지역도 일관된 지침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서울의 한 고등학교 교사는 “마지막 겨울방학은 안 그래도 학생들이 들떠 있는 시기인 만큼 명확한 지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진동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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