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대통령실

文 "경제도 촛불정신처럼 인내해야"…재계 "대통령 인식 시장과 차이"

■文대통령 '4대그룹 총수 초청' 신년회

文 '산업정책 혁신·4차 혁명 투자' 강조하면서

정규직화 등 불평등·양극화 해소 최우선 재확인

헤드테이블에 경제계 인사…전경련은 끝내 배제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2019 기해년 신년회에 참석해 대기업 총수와 기업인들과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문 대통령 뒷줄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 부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이 서 있다. /연합뉴스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2019 기해년 신년회에 참석해 대기업 총수와 기업인들과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문 대통령 뒷줄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 부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이 서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2일 신년사에서 ‘일자리 창출’의 주체로 기업을 지목했다. 공공기관 채용 확대를 마중물로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집권 초 정책과는 차이가 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일자리도 결국 기업의 투자에서 나온다”며 일자리 문제에 있어서 민간 기업의 역할을 강조했다. 이는 집권 3년차를 맞아 문 대통령의 ‘기업관’에 변화가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문 대통령은 그러나 소득주도성장으로 대표되는 기존 경제정책 기조를 수정할 계획은 없음도 분명히 했다. 문 대통령은 “촛불은 더 많이 함께 할 때까지 인내하고 성숙한 문화로 세상을 바꿨다”며 “같은 방법으로 경제를 바꿔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불평등과 양극화 해소가 정책의 1순위임을 확실히 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다만 “정부도 미처 예상하지 못하고 살펴보지 못한 부분도 있을 것”이라며 기존 경제 정책이 불러온 후폭풍을 에둘러 시인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신년사에서 그간 강조하던 ‘소득주도성장’이라는 표현은 쓰지 않았다. 하지만 이를 정책 기조의 변화로 해석할 수 없다는 것이 청와대 핵심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문 대통령은 “왜 내일을 기다려야 하느냐는 뼈아픈 목소리도 들린다”면서도 지난 2년간 추진했던 경제 정책 전환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우리 경제가 ‘중대한 도전’에 직면했다며 산업정책 혁신도 주문했다. 문 대통령은 “데이터, 인공지능, 수소경제, 스마트공장, 자율주행차 등 혁신성장을 위한 예산을 본격투입하겠다”며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이끌고 새로운 일자리도 만들어나가겠다”고 말했다. 노동정책과 관련해선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등 그간의 정책 기조를 재확인했다. 문 대통령은 “공공부문부터 정규직화를 촉진하는 한편, 특히 안전·위험 분야의 정규직화를 적극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청와대가 대통령이 참석하는 신년회를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신년회 장소와 관련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이 특히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도 담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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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는 이날 신년회에서 경제계 인사들을 지난해보다 더 많이 초청했다. 지난해에는 헤드테이블에 경제계 인사들이 아무도 없었으나, 올해는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과 박성택 중소기업중앙회장이 자리를 함께 했다. 경제계 테이블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4대 그룹 총수와 함께 김수현 청와대 정책실장이 함께 자리했다. 신년회 직후 진행된 문 대통령과 경제계 인사들과의 기념촬영에서는 문 대통령 바로 뒤에 삼성전자 이 부회장과 SK그룹 최태원 회장이 자리하기도 했다.

청와대는 그러나 경제 5단체를 불렀다면서도 전국경제인연합회는 끝내 초대하지 않았다. 허창수 전경련 회장 대신에 초대 받은 경제 단체장은 강호갑 중견기업연합회장이다.

재계는 문 대통령이 ‘기업 투자’를 강조한 것에 대해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다만 소득주도성장 등 기존 정책의 변화 가능성이 보이지 않는다는 우려의 시각이 여전했다. 한 대기업 임원은 “이번 신년회에서 이전보다 재계에 대해 신경 쓴 흔적이 적지 않게 보인다”며 “특히 기업 투자를 통해 일자리가 나온다고 강조한 만큼 규제 완화 등에 힘써 주길 바란다”고 덕담했다.

하지만 재계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아쉬움이 더 강했다. 전자업계의 한 임원은 “(문 대통령의) 경제 전반에 대한 인식이 시장과 여전히 차이가 많이 난다”며 “그 정도 의지로는 경기 침체에 대한 시장의 우려를 잠재우기 역부족”이라고 촌평했다. 특히 경제5단체 중 대기업을 대표하는 전경련이 초대받지 못한 것과 2년째 재계 신년인사회에 대통령이 불참하는 것을 두고는 말들이 무성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경제가 어려우면 모두의 지혜와 역량을 모아 난국을 타개해야 하는데, ‘경제가 괜찮다’ 판단하니 기존 방침대로 가는 게 아니겠느냐”고 지적했다. 다른 관계자는 “이 정부가 진영 논리나 명분보다 현실을 직시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거 같다”며 “경제가 더 악화 돼야 변화가 생기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의 이날 신년사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신년사를 거론하진 않았다. 앞서 김 위원장이 신년사에서 개성공단 및 금강산 관광 재가동 등을 구체적으로 언급했지만 문 대통령은 이에 대한 구체적 화답을 하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다만 “평화가 우리 경제에 큰 힘이 되는 시대를 반드시 만들겠다”며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의 중요성을 강조했다./윤홍우·구경우기자 seoulbird@sedaily.com

윤홍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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