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이하 한국시간) 아랍에미리트(UAE)에서 개막한 2019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은 파울루 벤투(포르투갈) 감독 부임 후 축구 대표팀의 첫 국제대회다. 지난해 8월 출항한 벤투호는 지난 1일 사우디아라비아와 평가전 0대0 무승부까지 무패 행진(3승4무) 중이다. 벤투호는 UAE에서도 무패 가도를 달리려 한다. 59년 만의 정상 탈환을 기치로 내건 C조 한국은 결승까지 갈 경우 총 7경기를 치르게 된다. 첫 경기는 7일 오후10시30분 두바이의 알막툼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필리핀전이다. 긴 호흡으로 맞이하는 대회인 만큼 무엇보다 부상을 피하는 것이 첫 번째이고 경기가 열리는 시간대의 기후, 경기장 잔디에 적응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사령탑에 에릭손, 미드필드에는 독일 U-20 출신=필리핀의 국제축구연맹(FIFA)랭킹은 116위(한국은 53위). 역대 7차례 맞대결에서 한국은 한 번도 진 적이 없다. 1골도 내주지 않고 36골을 넣었다. 하지만 마지막 경기가 1980년이었다. 여전히 한두 수 아래의 전력일 것으로 예상되지만 현재의 필리핀은 영상 등 간접 자료를 통해 파악한 정보가 전부인 만큼 마냥 만만하게 볼 수만은 없다.
가장 눈에 띄는 이름은 스벤 예란 에릭손(스웨덴)이다. 2000년대에 잉글랜드 대표팀과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맨체스터 시티 감독을 지낸 에릭손은 중국 리그를 거쳐 지난해 10월부터 필리핀을 이끌고 있다.
에릭손의 필리핀은 지난해 국내파 선수 구성으로 동남아 스즈키컵 4강에 올랐다. 이번 대회 23명 명단에는 3명의 유럽파가 가세했다. 독일 2부 에르츠게비르게 아우에의 욘 파트릭 슈트라우스(미드필더), 루마니아 셉시의 사토 다이스케(수비수), 덴마크 호어센스의 케빈 레이 멘도사(골키퍼)다. 셋 다 부모 중 한 명이 필리핀 사람인 이중국적 선수들이다. 현재 필리핀 리그에서 뛰는 선수들도 유럽 경험이 제법 풍부하다. 미드필더 슈테판 슈뢰크는 두 시즌 동안 독일 1부리그에 몸담았다. 아버지가 독일인인 슈뢰크는 독일 18세 이하(U-18) 대표팀부터 U-19, U-20까지 독일 유니폼을 입고 뛰다가 성인 대표팀은 어머니 나라인 필리핀을 택했다. 필·제임스 영허즈밴드 형제는 EPL 첼시 유소년팀 출신이다.
◇빅4 콤비 대결=이번 대회 빅4는 한국, 일본, 이란, 호주. 각 팀 간판 듀오 간 대결도 관전 포인트다. 지난해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합작했던 손흥민(토트넘)-황의조(감바 오사카)는 다시 한 번 찰떡 호흡을 선보일 태세다. 요즘 잉글랜드 무대를 주름잡고 있는 손흥민은 최근 6경기에서 7골 5도움을 올렸다. 골도 골이지만 어시스트 능력이 돋보인다. 아시안게임 때도 특급 도우미 역할을 자처했던 손흥민은 조별리그 3차전 때 선수단에 합류한다. 손-황 콤비는 16강부터 본격 가동될 것으로 보인다.
필리핀전에는 원톱 황의조, 공격형 미드필더 구자철(아우크스부르크)에 황희찬(함부르크)과 이재성(홀슈타인 킬)이 좌우 날개로 선발 출격할 것으로 예상된다. 2차전은 12일 오전1시 키르기스스탄(91위)과, 3차전은 16일 오후10시30분 중국(76위)과 벌인다.
세대교체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 젊은 일본은 유럽파가 12명(한국은 7명)이다. 1995년생 미나미노 다쿠미(잘츠부르크)와 1998년생 도안 리츠(흐로닝언)가 2선을 책임진다. 이 둘은 지난해 10월 세계적 강호 우루과이를 4대3으로 격파할 때 각각 2골과 1골을 넣었다. 유럽파가 9명인 이란은 사르다르 아즈문(루빈 카잔)과 알리레자 자한바크시(브라이턴)의 발끝이 매섭다. 아즈문은 A매치 40경기 24골을 자랑하고 프리미어리거 자한바크시는 지난 시즌 네덜란드 리그 득점왕 출신이다. 다만 자한바크시는 부상 탓에 16강부터 뛸 것으로 보인다.
디펜딩 챔피언 호주는 유럽파가 17명이다. 그중 매슈 레키(헤르타 베를린)-로비 크루스(보훔) 듀오의 호흡에 기대를 걸고 있다. 크루스는 레버쿠젠 시절 손흥민의 팀 동료로 지금은 독일 2부리그에서 이청용과 한 팀으로 뛰고 있다.
이승우, 무릎부상 나상호 대신 투입키로
이승우(베로나)가 무릎이 좋지 않은 나상호(광주)를 대신해 벤투호에 합류한다.
대한축구협회는 6일(한국시간) “파울루 벤투 감독이 무릎 부상인 나상호를 빼고 이승우를 부상 교체선수로 뽑기로 결정했다”고 밝히고 “이승우의 합류시기는 베로나 구단과 협의가 더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AFC 규정에 따르면 참가국들은 팀의 첫 경기 킥오프 6시간 전까지 부상자를 다른 선수로 교체할 수 있다. 벤투 감독이 이승우 대신 뽑은 지난해 프로축구 K리그2 득점왕(16골) 나상호는 지난달 28일 팀 훈련 도중 오른쪽 무릎을 다쳐 정상 컨디션을 찾지 못한 상황이다. 이승우는 최근 소속팀인 엘라스 베로나에서 6경기 연속 선발로 나서면서 좋은 몸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