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기고]1인 1드론 시대? 드론에 대한 환상을 버리자

설동성 (사)한국드론산업협회 고문설동성 (사)한국드론산업협회 고문



최근 영국의 한 공항에 드론이 출현하면서 공항업무가 마비됐다고 한다. 국제항공업계가 화들짝 놀랐다. 그런가 하면 차세대 이동통신 서비스인 5G를 악용해 드론을 무기화할 수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들 사례는 드론이 안전과 보안에 얼마나 취약한지를 단적으로 말해주고 있다. 드론은 흔히 알려진 긍정적 측면 외에 부정적 요인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이런 사례들은 앞으로 얼마든지 발생할 수 있다. 한국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드론에 대해 환상이 아닌, 객관적인 전망과 분석이 필요한 이유다.

우리는 드론에 대해 어떤 꿈을 꾸고 있는가? 다시 말해 드론을 어떻게 인식하고, 대처하고 있는가? 대부분 인간의 친구로, 동반자로 여기고 있는 것 같다. 4차산업혁명분야의 동력이니, 미래 먹거리니 하는 말이 나오는 배경일 것이다. 그래서 드론을 활용한 각종 신사업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촬영, 측량, 환경감시, 인명구조, 화재진화용이 대표적이다. 유망 분야인 드론택배도 기술 보완이 한창이다. 전반적으로 한국형 드론은 이제 막 첫 걸음을 뗐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인 듯 하다. 아직 갈 길이 멀다는 말이다.

드론대중화를 겨냥한 사업도 유행이다. 정부부처, 공공기관, 지자체 등이 앞다퉈 드론페스티벌을 개최하고 있다. 물론 여기에는 한국형 드론산업 육성의 선두주자가 되겠다는 포부도 깔려있다. 국민들은 드론페스티벌을 보면서 자신들의 꿈과 비교해볼 것이다.


드론에 대한 꿈을 최대한으로 심어준 행사는 역시 지난해 평창동계올림픽 당시, 미국 인텔사의 1218대 드론쇼일 것이다. 세계인들이 놀랐다. 국내에서는 “우리는 왜 못하느냐, 우리에게는 그저 꿈일 뿐인가”라는 탄식이 쏟아지면서, 다양한 드론산업 육성방안이 줄을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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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쯤해서 한국은 드론에 대해 어떻게 접근하고 있는지, 구체적인 양상을 살펴보고자 한다. 한국인들의 특성 가운데 하나가 역동성(力動性)이다. 그것도 불같은 역동성. 외국인들이 한국의 단기간내 발전 요인으로 꼽는 것이 바로 역동성이라고 한다. 드론분야에서도 예외가 아닌 듯 하다. 자고 나면 새로운 드론활용 사업소식이 언론을 타고 전파된다. 최근 몇 년 동안 한국인들은 특유의 역동성으로 드론에 대한 온갖 구상과 미래 비젼 등을 쏟아내고 있다. 그런데 주로 장미빛 환상으로 가득하다. 간혹 눈에 뜨일 정도의 새로운 분야도 등장했지만, 사업성과나 시너지 효과를 내기에는 한계가 있다. 특히 유감스러운 점은 역동성이란 것이 대부분 행동(行動)의 역동성이 아니라, 추상(抽象) 내지 관념(觀念)의 역동성에 머물렀다는 것이다. 드론을 키우기 위한 실행이 뒷받침되지 않은 채, 머릿속에서만 맴도는 드론에 대한 관념적 역동성, 한국형 드론 접근법의 실상이라고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닐 듯 하다. 한국이 주력해야 하는 분야가 드론기체보다는 소프트웨어나 프로그램이어야 한다는 주장은 수도 없이 들었다. 그런데 이런 주장이 대부분 실천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또한 규제완화만 요구했지, 드론의 무기로의 변질 등 어두운 측면에 대비할 수 있는 규제정비에 대해서는 애써 무시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드론산업의 전반적인 부진, 드론업계 현황에 대한 정확한 실태조사 미비, 비효율적인 정부지원, 허술한 규제정비와 자격증제도, 획일화된 드론행사, 비행장소 같은 드론대중화 인프라의 부족, 많이 열리기는 하지만 과연 효과가 있는지 의심스러운 각종 드론관련 간담회 등, 한국형 드론개발 양상의 문제점은 헤아릴 수 없이 많다. 한마디로 빈약한 물적 토대에 한국인의 역동성에서 비롯된 과도한 기대가 어우러져, 드론에 대한 허상과 환상을 만들어낸 것이 아닌가 싶다.

여러가지 드론논의 가운데, 1가구 1드론이란 표현을 본 적이 있다. 심지어 1인 1드론이라는 말도 나왔다. 드론대중화 목표를 상징적으로 지칭하는 용어일 것이다. 역시 역동성에서 나온 극대화된 표현같다. 하지만 1가구 1드론, 1인 1드론이 현실화될 경우, 어떤 모습을 띠게 될지 상상해본 적이 있는가? 드론이 하늘을 시커멓게 뒤덮고 있는 모습을...

드론은 마술지팡이가 아니다. 부정적이고 파괴적인 측면도 얼마든지 있다. 이제 드론에 대한 환상을 버리자. 대신 한국의 드론현황을 냉정하게 파악하고 현실에 맞는 드론육성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한국인의 역동성을 행동과 실천에 쏟아부어야 한다. 드론과 관련해 나올 만한 담론(談論)은 다 나온 것 같다. 이제는 담론가운데 가치있는 것들을 선별해서 실천해야 할 때이다. 안전장치 확보는 기본이다. 올해 한국형 드론의 멋진 비행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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