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는 계속되는 스마트폰 사업 부진과 연말 마케팅 비용 확대 등으로 연초의 상승세를 이어가지 못한 채 지난해 2·4분기에 2년 만에 최악의 분기 실적을 보였다. 그러나 프리미엄 TV·가전 사업의 견조한 실적에 힘입어 지난해에 역대 최대 영업이익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LG전자는 지난해 4분기(10∼12월)에 매출 15조7,705억원과 영업이익 753억원의 잠정 실적(연결 기준)을 올렸다고 8일 공시했다. 매출액은 전분기(15조4,270억원)보다 2.2% 증가했으나 사상 최고치였던 전년 동기(16조9,600억원)보다는 7.0% 줄어들었다. 영업이익은 전분기(7,488억원)보다 무려 89.9%나 감소했고, 1년 전(3,668억원)보다도 79.5%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증권사의 전망치 평균(3,981억원)에 훨씬 못 미치는 결과다. 4분기 영업이익의 경우 지난 2016년 4분기에 기록했던 35억원 손실 이후 최악의 성적을 보였다.
이날 공시에 사업 부문별 실적이 구체적으로 공개되지는 않았으나 올레드(OLED) TV를 전면에 내세운 HE(홈엔터테인먼트) 사업본부, 가전을 담당하는 H&A(홈어플라이언스&에어솔루션) 사업본부는 영업이익이 큰 폭으로 줄어든 것으로 추산됐다. 특히 스마트폰 등을 담당하는 MC(모바일커뮤니케이션스) 사업본부와 VC(자동차부품) 사업본부는 여전히 적자일 가능성이 높다. MC 사업본부는 2017년 2분기 이후 지난해 3분기까지 적자 행진을 이어왔다.
LG전자는 그러나 지난해 전체로는 영업이익 2조7,029억원을 올리며 지난 2009년의 역대 최고 기록(2조6,807억원)을 10년 만에 경신했다. 프리미엄 TV·가전 사업이 실적을 견인한 것으로 보인다. 매출액은 61조3,399억원을 올렸는데 이는 전년에 이어 역대 2번째 기록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LG전자가 올해 상반기까지는 다소 부진한 실적을 보이겠지만 하반기에 본격적인 회복세로 지난해보다는 성적이 조금 더 나아질 것으로 예측했다. TV 사업의 영업이익이 다소 감소하겠으나 가전 사업의 성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이는데다 ‘미래 먹거리’로서 집중적으로 육성하는 VC 사업의 경우 자동차용 조명업체 ZKW 인수 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날 수 있다는 전망이다. 그러나 스마트폰 사업은 부진이 이어져 올해도 적자에서 벗어나기는 어려울 것으로 봤다.
회사 관계자는 “올해도 가전·TV 사업에서는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유지할 것”이라면서 “스마트폰 시장은 판매 경쟁이 심화하고 있어 수익성 개선에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인공지능(AI) 기능을 탑재한 프리미엄 제품과 로봇·자동차 전장 사업 등을 중심으로 신성장 동력을 확보해 지속 가능한 성장을 추구한다는 전략”이라고 부연했다. /박원희 인턴기자 whatamov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