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8월 여의도 증권가에서 의미 있는 기록이 나왔다. 공모 리츠(부동산투자회사·REITs) 중 하나인 신한알파리츠 상장에 공모금액 1,140억원의 4.32배인 5,000억원의 청약 증거금이 몰린 것. 신한알파리츠는 국토교통부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공모 리츠 활성화 차원에서 판교 상권의 핵심 입지인 알파돔시티 6-4블록을 리츠 자산관리회사(AMC)인 신한AMC에 분양해 공모로 상장된 리츠다. . 8일 서울경제신문 시그널이 만난 전은진·송치영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2018년 말 유가증권시장 상장 규정 개정으로 리츠 공모 상장이 올해부터는 활성화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LH의 리츠 공모상장을 전제로 한 분양부터 신한AMC의 리츠 상장까지 숱한 법률 ‘허들’을 뚫고 이번 성공을 이끈 주역이다.
태평양이 법률자문에 깊이 관여한 신한알파리츠는 부동산을 통한 자금조달의 새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01년 부동산투자회사법 시행으로 리츠 제도가 도입됐지만 지금껏 공모를 통해 대규모 자금이 조달된 사례는 없었다. 제도는 있지만 일반 국민이 대형 부동산에 투자할 길이 사실상 막혀 있었던 셈이다. 신한알파리츠가 법 시행 17년여 만에 이를 현실화한 것이다. 특히 오는 2월 1조7,000억원 규모의 상장을 앞두고 있는 홈플러스 리츠는 분수령이 될 수 있다. 송 변호사는 “부동산투자회사라는 수단이 있는데다 주식이라 쉽게 거래할 수 있는 만큼 공모 상장은 자산 유동화에 편리하다”고 말했다.
태평양의 성과는 리츠에만 국한하지 않는다. 2조원가량의 벨레랑스호텔(옛 르네상스호텔) 개발권 거래를 비롯해 상위 10건의 거래 중 6건이 태평양의 손을 거쳤다. 서울 을지로 써밋타워(8,578억원)와 삼성물산 서초사옥(7,484억원), 더케이트윈타워(7,132억원) 등 국내 프라임급 오피스뿐만 아니라 삼성SRA자산운용이 사들인 영국 런던 200알더스게이트 오피스 빌딩(4,918억원)도 태평양이 법률자문을 맡았다.
비결은 ‘기동력’이었다. 태평양 부동산 법률자문팀은 파트너 5명을 중심으로 거래에 따라 각 분야에 흩어져 있는 전문 변호사가 따라 붙는다. 전 변호사는 “순수한 실물자산 거래도 있지만 주식이나 수익증권 거래, 자산관리 등이 섞여 있어 건설팀과 파이낸스, 해외팀 등이 같이 일하는 경우가 많다”며 “부동산을 자산으로 하는 기업공개(IPO)도 부동산투자법과 자본시장법, 펀드 관련 법 전문가 등이 유기적으로 협업한다”고 말했다.
/김상훈·박시진기자 ksh25th@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