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① "18개월간 가계부 작성, 부담 크다"...표본가구 37%가 포기

<대통령 질책까지 부른 가계동향조사...남은 문제 3가지>

② 고소득층 소득 공개 꺼려...소득 불평등 실제보다 과소 반영

③ 조사과정서 일부가구 폭언·폭행까지...현장요원 고충도 심해

‘통계 마사지’ 비판이 제기됐던 전면 개편 가계동향조사가 이번에는 ‘과태료 논란’으로 문제를 일으켰다. 통계청이 가계동향조사 불응 가구에 과태료 부과를 검토한다는 사실이 지난 5일 한 보도로 알려지자 문재인 대통령이 이례적으로 “시대에 뒤떨어진 행정조치”라고 질책했고 강신욱 통계청장은 “과태료 부과를 검토하지 않겠다”고 해명했다. 통계청은 조사 방식과 대상, 공표 시기를 달리했던 가계의 지출·소득 통계를 올해부터 통합 조사해 내년 처음 공표한다. 소득은 다목적표본 중 8,000가구를 면접 조사해 분기별로 공표했고 지출은 전용표본 1만2,000가구의 가계부를 조사해 연간 단위로 발표해왔다. 이것을 고쳐 7,200여가구 전용표본을 대상으로 가계부 조사로 통합하는 게 개편된 가계동향조사다. ‘과태료 논란’은 일단락됐지만 발단이 된 가계부 조사 방식의 낮은 응답률 등 근본적으로 넘어야 할 산이 많다.




①떨어지는 응답률…月 6만5,000원 받자고 가계부?=가계동향조사 표본가구에 선정되면 매일 수입·지출 내역이 담긴 가계부를 6개월간 썼다가 6개월 쉬고, 다시 6개월 쓰는 식(6-6-6 방식)으로 작성해야 한다. 통계청은 이에 월 6만5,000원 상당의 답례품을 지급한다. 온누리 상품권이나 대형마트에서 사용할 수 있는 상품권이 지급 대상이다. 매달 표본가구가 조사표를 입력하면 지급된다.


하루도 빼먹지 않고 가계부를 작성해야 하기 때문에 적지 않은 노력을 필요로 한다. 응답률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통계청이 애초 과태료 부과까지 검토했던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통계청장을 지낸 유경준 한국기술교육대 교수에 따르면 가계동향조사 시작 6개월 만에 37.3%가 가계부 작성을 포기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개편된 ‘6-6-6 방식’이 아닌 36개월 연속 작성 방식일 때 얘기지만 가계부 작성 방식의 근본 한계로 지목된다. 강 청장도 지난 7일 “가계부 작성 방식이 응답에 부담을 많이 지우는 것은 사실”이라면서 “인센티브 금액이 클수록 응답 충실성이 높다는 연구도 있어 (금액을) 높이고 싶지만 예산 관련 문제라 한계가 있다”며 현실을 인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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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파악 안 되는 고소득층 살림…분배지수에 영향=새롭게 실시되는 가계동향조사가 전면 개편의 핵심 배경 중 하나인 고소득층 소득을 제대로 반영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통계청 관계자는 “개편된 가계동향조사는 다목적표본이 아닌 전용표본을 쓰기 때문에 고소득층이 제대로 대표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응답률이다. 전통적으로 고소득층은 소득 노출을 꺼려 소득 불평등이 실제보다 과소 파악돼왔다는 게 전문가들 지적이다. 고소득층이 굳이 6만5,000원 상당의 답례품을 받기 위해 소득을 공개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강남구 등 고소득 지역 응답률은 50%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계금융·복지조사와의 통계중복 문제도 여전히 남는다. 가계금융·복지조사는 전국 2만여 표본가구를 대상으로 자산·부채·소득 등을 조사해 발표하는 연간 지표다. 면접조사 결과뿐 아니라 실제 소득신고에 기반한 국세청 과세자료 등 행정자료도 활용한다. 당초 통계청은 지난 2016년 “가계동향조사는 고소득층에서의 표본 누락이 심각해 소득조사로서의 목적 달성이 곤란하다”며 2017년부터 가계동향조사 소득부문을 폐지하고 공식 소득분배 지표를 가계금융·복지조사로 변경하기로 했다. 실제 2016년 기준 가구소득 1억원 이상 가구 비중은 가계금융·복지조사가 10.1%였지만 가계동향조사는 4.9%에 그쳤다. 그만큼 가계동향조사의 고소득층 대표성이 떨어진다는 얘기다. 가계동향조사 표본을 아무리 개편하더라도 고소득층의 응답률이 획기적으로 오르지 않는 이상 행정자료를 이용하는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비해 정확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③“현장요원에 月 151만원 주면서”=통계청은 고소득층의 응답률을 높이기 위해 “베테랑 조사원을 투입해 조사원과 표본가구 간 유대를 강화하고 조사원 교육에도 신경을 더 쓰겠다”고 했다. 하지만 현장조사원의 고충은 상당하다. 조사에 불응하는 가계가 속출하는 것은 물론 폭언·폭행도 다반사인 것으로 알려진다. 대우도 박하다. 통계조사 실무관 월 급여는 151만6,700원(1호봉)에 그친다. 여기에 ‘표본관리비’ 15만원을 합해야 겨우 최저임금을 넘어선다. 김경란 전국통계청노조위원장은 “표본관리비는 조사 대상을 만날 때 경조사비 등으로 쓰라는 비용이지만 통상임금으로 인정된다”면서 “표본관리비를 뺀 기본급은 최저임금도 안 된다”고 말했다.
/세종=한재영·빈난새기자 jyhan@sedaily.com

한재영·빈난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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