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통일·외교·안보

中 뒷배 삼아 '제재완화·평화체제 전환' 對美 협상력 높이기

金 노림수와 전망은

北中 '한미훈련·전략자산 전개 중단' 공통 이익

전과 달리 일정 미리공개...美심기 자극않기 의도

시진핑 답방 타진 등 외교무대 보폭 확대 나설듯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부인 리설주 여사가 지난 7일 평양에서 군인들이 도열한 가운데 중국으로 떠나는 전용열차에 탑승하고 있다.  /연합뉴스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부인 리설주 여사가 지난 7일 평양에서 군인들이 도열한 가운데 중국으로 떠나는 전용열차에 탑승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집권 후 네 번째 중국 방문은 여러모로 지난해 3월 첫 방문과 닮았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초청에 따른 방문에다 전용열차를 이용한 3박4일 일정, 북미정상회담이 임박한 시점이라는 점 등이 모두 유사하다. 하지만 소원한 양국관계 개선이 주목적이었던 1차 때와 달리 이번에는 혈맹관계 복원으로 양국 간에 긴장감이 없는 상태에서 중국에 길게 체류한다. 비핵화와 제재 완화를 두고 북미가 협상 중이라는 점, 중국과 미국이 통상 패권전쟁을 치르고 있는 상황이라는 점도 다르다. 결국 이번 방중은 북미협상 주요 의제인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체제, 제재 완화 등을 두고 북한과 중국이 사전 조율하는 모습을 과시함으로써 대미 견제력과 협상력을 높이는 게 주요 목적인 것으로 분석된다. 아울러 혈맹관계인 중국의 제재로 어려움에 처한 북한 경제에 대한 지원을 끌어내고 중국을 안전판으로 삼아 대외 행보를 더욱 확대하려는 움직임인 것으로 풀이된다.



①‘中은 우리 안전판’ 과시 후 대미 협상=8일 오전 베이징에 도착한 김 위원장의 특별열차에는 대미 비핵화 협상을 주도하고 있는 김영철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과 외교 핵심실세인 리수용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리용호 외무상도 탑승해 있었다. 이번 방중의 주요 목적이 2차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협상전략을 중국과 함께 논의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남성욱 고려대 교수는 “연초부터 기선 제압을 하는 게 협상 국면에서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이라며 “내 뒤에는 중국이 있으니 협상 태도를 강요하지 말라고 미국에 입체적인 메시지를 던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이 방중에 앞서 내놓은 신년사에서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하기 위한 다자협상을 적극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치면서 한미연합훈련과 전략자산 전개를 반대했던 점도 다시 주목된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중국은 북한을 통해 한반도 문제를 북미 간 양자에서 다자구도로 만들어 자국의 이익을 높이려 한다”며 “한미연합훈련 중단과 미국 전략자산 전개 완전중단이 바로 중국의 이익”이라고 분석했다. 김 교수는 “김 위원장은 아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만나면 중국이 북한을 통해 미국에 전달하고 싶어하는 메시지를 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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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金 방중→폼페이오 방북→북미회담 가능성=이번 방중은 혈맹관계를 과시하는 행보인 동시에 2차 북미정상회담의 본격 예고편이기도 하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4·27남북정상회담 약 한 달 전인 3월25일부터 28일까지 베이징을 방문했다. 마찬가지로 6·12북미정상회담에 앞서 5월7일부터 8일까지 다롄을 찾았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지난해와 같은 패턴대로 남북 또는 북미 정상회담 전에 전략적 소통을 강화하기 위해 중국을 방문했다면 오는 2월 초순이나 중순에 북미정상회담이나 서울 답방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앞선 세 차례 방중과 달리 중국 도착에 앞서 방중 일정을 대외에 공개한 점 역시 미국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고 별 탈 없이 2차 북미정상회담 수순을 밟기 위한 전략적 판단인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1·2차 방중 때는 정상회담 사실을 사후 공개했고 3차 때는 베이징에 도착한 후 이를 알렸다. 관건은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방북 여부다. 지난해 김 위원장의 세 차례 방중 이후에는 머지않은 시기에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이 있었다. 현재 8~15일로 예정된 중동 순방 일정을 소화하고 있는 폼페이오 장관이 다음주 후반께 평양으로 향한다면 2월 초중순께 2차 북미회담 가능성은 더 높아진다.

③방중은 정상외교 신호탄, 북미·북러 줄줄이=김 위원장의 이번 방중은 올해 줄줄이 예고된 북한 외교 이벤트의 신호탄이다. 혈맹과의 만남으로 첫 테이프를 끊은 후 외교 행보를 본격화함으로써 정상국가의 길로 가는 발걸음을 재촉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우선 이번 방중에서 김 위원장은 시 주석의 답방을 적극 타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김 위원장의 세 차례 방중 이후 시 주석 역시 북한 정권 수립 70주년 기념일(9·9절)을 계기로 답방을 계획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미국과 중국 간 신경전이 격화하면서 시 주석의 방북은 무기한 연기됐다. 올해는 상황이 달라졌다. 2차 북미정상회담에서 비핵화 합의가 어느 정도 이뤄질 경우 종전선언, 평화체제 구축 논의 등도 속도를 낼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적극 개입을 원하는 중국은 시 주석의 평양 방문을 능동적으로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러시아 측과 정상회담을 계속 추진해온 만큼 김 위원장은 올해 모스크바도 찾을 것으로 보인다. 제3국에서 계속 물밑접촉을 하고 있는 일본과의 만남은 물론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특별정상회의 참석을 통한 다자외교 무대 데뷔도 가능성이 높다. 국제사회에서 보폭을 넓혀야 제재 완화에 동조하는 우군을 늘릴 수 있다는 점에서 김 위원장은 올해 정상외교에 진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베이징=홍병문특파원 정영현·박우인기자 yhchung@sedaily.com

정영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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