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인터뷰] 권준수 신경정신의학회 이사장 "정신질환 공공의료 강화…임세원 참사 막아야"

"조울증 등 정신질환자 매년 느는데

환자 방치 부추기는 정신보건법 탓

공공의료 2% 그쳐…獨 90%와 대조

'낙오자' 낙인찍는 사회 분위기 팽배

病 키우고 소외되는 경우도 다반사

감기 같은 질병…홍보활동 나설 것"




“정신질환의 공공의료 강화와 환자에 대한 편견 해소 등 사회적 인식 개선이 시급합니다.”

권준수(사진) 서울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대한신경정신의학회 이사장)가 최근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급성기 환자의 긴급 치료와 진료환경 개선을 위한 법적·제도적 개선과 사회적 인식의 변화가 시급하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자신이 치료하던 환자가 휘두른 흉기에 찔려 지난해 12월31일 사망한 고(故) 임세원 교수의 장례식 발인이 끝난 후 찾은 그의 연구실에서는 잇따르는 전화로 상황의 심각성을 느낄 수 있었다.

권 교수는 “독일 등 유럽에서는 정신질환 치료의 90% 이상을 공공의료가 맡고 있지만 우리는 2~3%에 그치고 있다”면서 “영리를 따져야 하는 민간 병원에서는 투자가 취약해질 수밖에 없다. 정신질환자는 보이지 않는 마음을 치료하는 특수성 때문에 의료진의 지속적인 관찰과 의료진 보호를 위한 보안 장치가 필요하지만 민간 병원에서 이를 전담하기는 역부족이다. 제2의 임세원 교수 사태를 막기 위해서는 정신보건법에 대한 전면 개정이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그가 정신보건법 개정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데는 급성 정신질환에 대해 시급한 치료와 입원 등의 조치가 이뤄져야 하지만 법적·제도적 문제로 환자가 방치돼 자살·폭력 등 심각한 사회적 문제를 일으킬 수도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17년 7월 정신건강복지법 개정안이 발표되면서 환자의 동의가 있어야만 입원이 가능하고 강제 입원을 위해서는 자신과 타인에게 해를 끼칠 수 있다는 것을 병원에서 입증해야만 한다. 그는 “의사가 긴급하게 입원시켜야 한다고 판단되는 환자에 대해서도 보호자의 동의, 병원 2곳으로부터의 확진 등이 필요해 길게는 2주 이상이 걸리는데 그 사이에 급성기 환자는 방치된 채 ‘과대망상’ 등에 시달려 공격성을 띨 수도 있다”면서 “급성기 환자에 대한 신속한 치료와 만성기 환자의 재활 전체를 아우를 수 있도록 법과 제도부터 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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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의 정신질환자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특히 조울증 환자는 2013년 7만1,627명, 2018년 8만6,362명으로 매년 증가세다. 하지만 지속적인 치료가 필요한 환자에 대한 관리는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국가 정신건강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 정신병원에서 퇴원한 중증 정신질환자 5만4,152명 가운데 퇴원한 지 한 달 안에 외래진료를 본 환자는 3만4,303명(63%)에 불과했다. 권 교수는 “폭력적 성향이 가라앉지 않는 환자에 대한 ‘외래치료 명령제’가 있지만 무용지물”이라면서 “보호자의 동의를 받아 지방자치단체장에게 외래치료 명령을 요청해야 하는데 실효성이 낮은 탁상공론에 불과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권 교수는 정신질환의 사회적 인식 개선도 촉구했다. 그는 “병원 찾기를 꺼리는 것은 정신질환자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 심해 사회에서 낙오자가 될까 우려하기 때문”이라면서 “진단을 받으면 ‘주홍글씨’를 가슴에 새긴 채 살아가야 하는 것이 우리 사회가 정신질환자를 바라보는 시선이다. 완치가 가능한 경증·만성 질환이라도 진단을 받으면 민간보험조차 가입이 어려워지는 등 사회에서 소외되는 경우가 다반사”라고 강조했다.

권 교수는 정신질환에 대한 사회적 인식 개선에 앞장서온 연구자다. 2011년에는 정신분열증의 병명을 조현(調絃·현악기의 줄을 고르다)병으로 개정하고 정신의 부조화를 현악기의 줄을 맞추듯 치료하면 정상생활이 가능함을 알리고 정착시킨 주역이다. 그는 “정신질환은 감기처럼 누구나 걸릴 수 있는 병이며 치료가 가능하다”면서 “고(故) 임 교수와 같은 참사가 다시 일어나지 않게 하기 위해 정신과에 대한 사회적 인식 개선과 환자에 대한 낙인을 없애기 위한 홍보활동도 지속적으로 해나갈 것이다. 임 교수 추모식이 끝난 후 생전에 환자를 위해 헌신했던 그의 정신을 기리는 추모사업안에 인식 개선을 위한 홍보활동이 포함될 것”이라고 말했다. /글·사진=장선화 백상경제연구원 연구위원 india@sedaily.com

장선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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