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제조업, 그래도 희망은 있다] "품질 무장한 아이디어로 위기 넘겼죠"

<3> 박흥우·전용갑 에이치디정공 대표

완성차 업체 해외 진출로 시련

車부품서 출발했지만 脫자동차

제품 다각화·신사업 확장 통해

5년 전 반토막 매출 원상복귀

개인특허 늘려 경쟁력 높일것

박흥우(왼쪽)·전용갑 에이치디정공 대표가 10일 경기도 시흥 시화산단의 공장에서 제품을 소개하고 있다. /시흥=이수민기자박흥우(왼쪽)·전용갑 에이치디정공 대표가 10일 경기도 시흥 시화산단의 공장에서 제품을 소개하고 있다. /시흥=이수민기자



10일 경기도 시흥 시화국가산업단지의 에이치디정공. 프레스기는 활기차게 살아 움직이고 있었다. 직원들은 몸통까지 울리는 프레스 소리 가운데서도 익숙하게 손을 놀리며 제품을 차곡차곡 정리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품질이 곧 생명이다’라고 적힌 계단을 걸어 올라가자 박흥우(67)·전용갑(58) 두 대표가 악수를 청했다. 스무해 넘게 한 뜻으로 기업을 이끌어 왔다는 이들은 “다들 어렵다, 힘들다 하지만 우린 올해야말로 사업 확장의 원년이라고 생각한다”고 자신감 넘치는 목소리로 회사를 소개했다.

에이치디정공의 주력 제품은 자동차 에어컨에 컴프레서에 들어가는 부품들. 완성차 업체의 2차 벤더인 이곳이 한국 자동차 산업이 흔들리는 가운데서도 성장을 자신하는 이유가 궁금했다.


“우리 회사의 최대 위기는 지금이 아니라 2014년이었습니다. 국내 완성차 기업들이 해외 공장을 지을 때 1차 협력업체들도 따라 나가는 ‘동반 진출’ 때문이었죠.” 박 대표는 연 120억 원 정도이던 매출이 한순간에 반 토막이 났던 그 시절을 떠올리며 “곧 회사가 끝날지 모른다는 압박 속에서 십수년 간 동고동락한 직원들을 떠나보낼 수 없어서 공장 부지도 일부 정리하고, 살 수 있는 길을 필사적으로 찾았다”고 말했다. 치열한 고민 끝에 에이치디정공은 컴프레서에 들어가는 부품 단품만 제조했던 라인을 과감히 변경해 서브 애시(assy) 타입으로 내놓기로 했다. 판로도 애프터서비스 시장을 노려 미국 등으로 넓혔다. 하지만 변화는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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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부품회사지만, 탈(脫) 자동차를 선언하고 진정한 신사업을 계획했습니다. 무동력 환풍구, 쌀눈을 그대로 살릴 수 있는 정미기, 인삼을 찌고 말릴 때 쓰는 홍삼 제조용 채반, 도어락 부품까지 우리의 제조력으로 만들 수 있는 것 모두를 아우르기로 결심하고, 5년간 끊임없이 준비했습니다. 그러자 매출도 다시 살아나더군요. 지난해 다시 연 82억원이 됐고 올해는 100억원을 전망합니다.”

경기도 시흥 시화산단 내 에이치디정공 공장 내부. 오른편에 보이는 노란 틀은 금형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특수 선반이다. 박흥우 대표는 “신입사원도 간단한 교육만 받고 나면 제품 생산에 필요한 금형을 곧바로 꺼내 장착시킬 수 있다”며 이 같은 시스템을 구축한 이유를 설명했다. /시흥=이수민기자경기도 시흥 시화산단 내 에이치디정공 공장 내부. 오른편에 보이는 노란 틀은 금형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특수 선반이다. 박흥우 대표는 “신입사원도 간단한 교육만 받고 나면 제품 생산에 필요한 금형을 곧바로 꺼내 장착시킬 수 있다”며 이 같은 시스템을 구축한 이유를 설명했다. /시흥=이수민기자


전 대표는 군에서 소령으로 전역한 후 박 대표를 만나 사업의 길을 걸었다. 박 대표는 아이디어를 시제품으로 뚝딱 완성시키는 엔지니어다. 기아자동차 품질보증 관리팀에서 시작해 40년 간 한국 자동차 업계의 성장과 함께 해왔다. 에이치디정공이 지금껏 품질 관련 문제로 원청업체의 리콜 요청을 받은 적이 단 한번도 없었던 것도 품질관리를 최우선에 둔 박 대표의 노력 덕분이다. 에이치디정공은 공장 옆에 금속현미경과 형상측정기, 3차원 측정기 등을 갖춘 연구소를 별도로 두고 있다. 특히 3차원 측정기 등은 한 대에 5억 원 이상 하는 고가 장비여서 중소기업에선 흔히 볼 수 없다.

“저는 틈새시장 찾는 것을 진심으로 좋아합니다. 완성차 업체가 몇몇 하청 업체들과 해외로 가면서 국내 자동차 제조기반은 결국 공동화될 것이라는 전망을 할 수밖에 없었죠. 살아남기 위해 한발 먼저 대비를 했던 것이 지금 안정적인 매출 구조를 확보할 수 있었던 요인입니다.” 박 대표는 “비(非) 자동차 부문 매출 비중이 지난해 5%에서 올해 25%까지 확대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아이디어를 든든하게 뒷받침할 제조 능력이 결합된데다 특허 등록까지 마쳤기 때문에 시장에서 존재감을 드러낼 것”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두 대표는 “올해는 물론이고 내년에도 신사업 분야 제품을 계속 내놓고 현재 20여 개인 특허를 더욱 늘려 경쟁력을 높일 계획”이라며 강한 자신감을 거듭 드러냈다.
/시흥=이수민기자 noenemy@sedaily.com

이수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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