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슈퍼호황’이 사실상 끝났지만 당분간 수요는 꾸준히 이어지면서 연착륙에 성공할 전망이다. 글로벌 업계 1위인 삼성전자가 지난해 4분기 ‘어닝쇼크’를 기록했지만 10년 전에 겪었던 ‘반도체 적자’가 재현할 가능성은 거의 없고, 당분간 연간 수십조원의 영업이익은 무난히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미중 무역전쟁과 중국의 이른바 ‘반도체굴기’ 등 불확실성도 이어질 전망이다. 따라서 중장기적인 ‘기술 초격차’ 유지 전략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상황이다.
14일 업계와 외신 등에 따르면 글로벌 IT 전문 시장조사업체인 가트너는 최근 보고서에서 올해 전세계 반도체 시장 매출이 총 4,890억달러(약 545조원)로, 지난해(4,770억달러)보다 2.6%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 2017년과 지난해 각각 21.6%와 13.4%로, 2년 연속 두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급격히 둔화하는 것이지만 그래도 시장 성장세는 계속된다는 관측이다.
특히 내년 시장 매출 전망은 5,280만달러로, 올해보다 8.1%나 늘어나면서 다시 상승 국면에 접어들 가능성도 있다. 이어 오는 2021년에는 1.8% ‘역성장’한 뒤 2022년 증가율이 3.8%에 그치며 성장세가 다시 주춤하겠지만 2017∼2022년 연평균 성장률이 5.1%로, 이전 5년간(2011∼2016년 2.6%)의 2배 수준에 달할 것으로 보고서는 예측하고 있다.
또다른 시장조사업체인 VLSI리서치는 올해 반도체 시장 매출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던 지난해보다는 1% 감소하겠지만 내년에는 다시 7% 증가세로 전환할 것이라고 전망했고, 링스 컨설팅도 오는 2022년까지 시장 성장률이 6.9%에 달할 것으로 관측했다.
가트너의 밥 존슨 애널리스트는 “앞으로 시장이 다소 불안하겠지만 중장기 전망은 여전히 긍정적”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D램 시장의 경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미국 마이크론 등의 ‘과점 구조’이기 때문에 서버·스마트폰 생산업체들이 높은 가격을 지불할 것”이라며 “이울러 자동차와 스토리지용 수요 비중이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도 긍정적”이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의 지난해 4분기 반도체 사업 영업이익이 2017년 3분기 이후 처음으로 10조원을 하회하며 최근 신기록 행진은 이어가지 못하겠지만 올해도 25조∼30조원에 달하는 ‘반도체 흑자’를 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최근 인공지능(AI), 5G, 자율주행 등에서 새로운 수요가 이어지고 있어, 지난 2008~2009년의 ‘반도체 실적 악몽’을 다시 겪을 가능성이 낮다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2008년 4분기와 2009년 1분기에 전세계 D램·낸드플래시 시장의 공급 과잉 현상 등으로 인해 반도체 사업에서 각각 6,900억원과 6,700억원의 영업손실을 낸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슈퍼호황은 끝났지만 매달 조 단위의 영업이익을 내는 사업을 ‘부진하다’고 평가하는 것은 무리”라면서 “특히 올 하반기부터는 다시 상승 기류를 탈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다만 “중국 경쟁업체들이 자국 정부의 정책적 뒷받침에 힘입어 한국 기업과의 기술 격차를 빠른 속도로 좁히면서 설비투자도 공격적으로 확대하고 있다”면서 “글로벌 시장의 과잉 공급에 대비해 기술 경쟁력을 선제적으로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다원 인턴기자 dwlee618@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