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차관)이 스웨덴에서 열리는 국제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15일 경유지인 중국 베이징에 도착한 것이 확인됐다. 새해 들어 북한과 미국 사이의 대화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다는 점에서 그의 이번 스웨덴 방문과 2차 북미 정상회담 개최 준비 사이의 연관성에 세계의 시선이 모이고 있다.
최 부상은 이날 오전 10시 30분(현지시간)께 평양발 고려항공 JS151편으로 베이징 서우두공항에 도착했다. 행선지를 묻는 취재진들에게 “스웨덴 국제회의에서 이야기하죠”라고 답한 최 부상은 곧바로 공항 밖으로 나섰다. 최 부상은 북한의 대미 관계와 핵 협상 실무를 도맡고 있다. 이번 스웨덴 방문에서 북핵 문제와 관련한 실무 접촉이 이뤄질 가능성이 제기되는 이유다.
스웨덴은 북한과 미국 간의 1.5트랙(반민 반관) 접촉 장소로 자주 활용됐고,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위한 실무회담이 열릴 가능성도 높다. 앞서 실무회담이 개최될 유력 후보지 중 하나로 스웨덴 스톡홀름이 자주 거론된 바 있다. 2차 북미 정상회담이 이르면 다음 달 중·하순께 열릴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최 부상의 스웨덴행은 정상회담을 위한 실무 준비와도 관련됐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 자리에서 미국과의 실무 협상이 성사될 경우 사실상 정상회담의 의제 조율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날 북미회담 등에 대한 취재진의 질문에 최 부상이 스웨덴에서 이야기할 것이라고 밝힌 점으로 미뤄 조만간 북미 정상회담과 관련해 북한 측이 먼저 언급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이미 북한은 미국과 협상에 앞서 우군인 중국·러시아와 조율을 거친 바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주 베이징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만나 북미 정상회담과 관한 의견을 나눴고, 최선희 부상은 북한을 떠나기에 앞서 평양 주재 러시아대사를 두 차례나 만나 북미 관계를 논의한 바 있다.
최 부상은 15일 베이징 공항에 도착한 뒤 스웨덴 직항에는 탑승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대신 16일 경유편이나 17일 직항편을 탑승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베이징에 체류하는 동안 중국 측과 북미 협상에 대해 다시 논의에 들어갈 가능성도 높다. 아울러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이 북미 고위급 회담을 위해 곧 미국을 방문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미국 CNN방송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친서가 지난 주말 사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전달됐다면서 김영철 부위원장이 빠르면 이번 주 2차 정상회담 세부사항을 확정하기 위해 워싱턴을 방문할 수 있다고 전했다.
따라서 제2차 정상회담의 의제를 조율하기 위해 김 부위원장과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 간의 고위급 회담을 이르면 17∼18일(미국 현지시간) 열 가능성도 제기됐다. 일부에서는 김 부위원장이 이날 베이징을 경유할 것이란 관측도 나왔지만, 최 부상이 선발대격으로 먼저 베이징에 도착한 것으로 미뤄 김 부위원장은 오는 17일 베이징을 경유해 곧바로 미국행 비행기를 탈 가능성이 더 높게 점쳐지고 있다. 앞서 김 부위원장과 폼페이오 장관은 지난해 싱가포르에서 사상 첫 북미 정상회담이 열리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맡았다.
북미 고위급 회담이 이번에 열리면 2차 북미 정상회담의 시기와 장소 등을 결정할 전망이다. 북한 비핵화와 미국의 상응 조치 등 정상회담의 세부 의제에서 양측이 접점을 찾을지도 주목된다.
한편, 이날 김순호 북한 삼지연악단 행정부 부단장도 함께 목격되면서 이번 방중 기간 중국 측과 북중 우호 문화 행사 등을 논의할 것이라는 추측이 나온다. 김 부단장의 이번 방중은 지난 7∼10일 이뤄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방중 시 논의된 북중 교류 강화와 관련된 것으로 보인다.
/이다원 인턴기자 dwlee618@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