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생활

[영광굴비 생산현장 가보니] "가격 내려도 찾는 이 줄어 그나마 저가세트만 팔려요"

한마리당 10g 이상 중량 줄이고

롯데百 직매입으로 유통거품 빼

7~8만원대 온라인 선물세트 주력

지난 14일, 전남 영광군 법성포에 위치한 굴비 가공업체 ‘법성포 참맛’ 작업장에서 직원들이 굴비를 10마리씩 끈으로 엮고 있다/사진제공=롯데백화점지난 14일, 전남 영광군 법성포에 위치한 굴비 가공업체 ‘법성포 참맛’ 작업장에서 직원들이 굴비를 10마리씩 끈으로 엮고 있다/사진제공=롯데백화점



“바닷일은 용왕이 하는 거라고, 어획량을 종잡을 수가 없어요. 그나마 영향이 큰 게 날씨인데 올해는 바람이 적어 그나마 어장하기가 편했어요. 실제로 9-10월에 참조기가 많이 잡히고 가격도 내렸어요. 그런데도 경기가 안 좋아서 10만 원짜리 세트를 구매하던 고객들이 7만 원짜리로 구입하고 있어, 상대적으로 저가인 직매입 세트를 늘리고 있어요. 김영란법 상한선(10만원)도 지킬 수 있는 8만 원대 상품도 준비했습니다.”

14일 찾은 영광의 굴비업체 법성포 참맛 생산공장에선 롯데백화점에 납품할 온라인 전용 굴비 선물세트를 준비하는 데 여념이 없었다. 세트 구성은 총 3가지. 한 마리당 100g·110g·120g짜리 참조기가 담긴다. 영광 굴비가 전성기였던 10여 년 전에 비해 중량이 줄어든 건 불황 탓이다. 임경섭 법성포 참맛 부사장은 “예전에는 한 마리당 130~150g 사이인 굴비 위주로 선물 세트를 구성했지만,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한 마리당 1만 원 이하 가격에 맞추기 위해 주력 상품에 변화를 줬다”고 말했다.


참조기를 중량별로 분류하는 것은 기계 몫이지만 이후의 과정은 대부분 수작업으로 이뤄진다. 실제로 작업장 한 켠에선 직원들이 빠른 손놀림으로 굴비를 엮고 있었다. 굴비 몸통에 닿는 끈은 자연적으로 분해되는 친환경 노끈이다. 이 굴비들은 이미 입·아가미·몸통을 8시간(10미 기준) 가량 소금에 절이는 일명 ‘섶간’ 과정을 거쳤다. 이후 굴비는 불순물을 제거하는 세척과정을 3회 거치고 6시간 가량 물을 빼내는 건조 과정에 들어간다. 영하 35도에 냉동된 굴비는 마지막으로 포장 단계를 기다리게 된다.



법성포 참맛은 저가형 굴비세트를 선보이면서도 품질을 고집했다. 조희돈 법성포 참맛 대표는 “8~10월 사이에 매입한 참조기는 새우나 멸치 등 먹이를 많이 먹은 까닭에 배가 터지거나 상처 난 것이 많다”면서 “11~12월 무렵 제주도와 흑산도 연해에서 잡힌 최상급 참조기를 백화점으로 납품한다”고 말했다. 굴비의 감칠맛을 좌우하는 소금도 중요하다. 이곳에서 사용하는 천일염은 5년 전 매입한 소금에서 간수를 뺀 것. 조 대표는 “수년간 간수를 뺀 소금을 사용한 까닭에 24시간 염장을 해도 짜지가 않고 저염화되는 소비자들의 입맛에 맞출 수 있었다”면서 “짜지 않고 삼삼해서 입맛에 딱 맞다는 반응이 주를 이룬다”고 말했다.

법성포 참맛은 영광에 위치한 600여 개 굴비 생산 업체 중 굴비 단일 매출로 1위를 하는 곳이다. 지난해 기준 800톤의 굴비를 생산했다. 영광 굴비 생산 업체 중 HACCP(식품안전관리인증기준)을 취득한 몇 안 되는 곳이기도 하다. 품질과 위생 면에서 인정 받아 지난해 추석부터는 롯데백화점에 단독으로 직매입 상품을 납품하고 있다. 직매입 이후 법성포 참맛의 매출은 10% 이상 상승했다.

올해 굴비 가격은 참조기 어획량 증가로 인해 안정세다. 해양수산부 수산정보포털에 따르면 지난해 참조기 생산량은 2만 349톤으로 전년대비 4.5% 상승했다. 조 대표는 “12월 어획량이 20% 수준으로 감소하면서 가격이 다소 올랐지만 전반적으로 2017년에 비해 가격이 10% 하락했다”면서 “지난해 높은 가격에 매입한 굴비의 판매가 저조해 영광 전반의 분위기가 안 좋았는데 소비자들이 부담 없이 구매할 수 있는 상품을 선보이면서 매출을 끌어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영광=허세민기자 semin@sedaily.com

허세민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