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에 타고 찢어져 폐기한 돈이 지난해 4조원을 넘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이 16일 발표한 ‘2018년 중 손상 화폐 폐기 및 교환 규모’를 보면 지난해 한은이 폐기한 손상 화폐는 6억2,700만장으로 1년 전보다 4.1% 증가했다. 이는 금액으로 따지면 무려 4조2,613억원으로 전년 대비 13.1% 늘어난 수준이다. 또한 폐기된 손상 화폐를 새 화폐로 대체하는 데 든 비용만 639억원에 달했다. 지폐는 5억9,000만장, 총 4조2,590억원어치가 쓸 수 없어 버려졌다.
심지어 폐기된 지폐를 낱장으로 쌓으면 높이가 총 62.5㎞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에베레스트산 높이의 7배, 백두산의 23배, 롯데월드타워의 113배에 해당한다.
폐기된 지폐중엔 만원권이 3억3,000만장으로 폐기된 지폐의 55.4%를 차지했다. 1,000원권은 2억2,000만장(36.7%), 5,000원권은 3,000만장(5.8%), 오만원권 1,000만장(2.0%) 순이었다. 폐기한 동전은 3,700만개로 23억원어치에 달했다. 동전 중에선 10원짜리가 2,300만개(61.6%)로 가장 많았다. 100원짜리는 900만개(25.7%), 50원짜리 300만개(6.9%), 500원짜리 200만개(5.7%) 로 그 뒤를 이었다.
지난해 일반 국민이 한은 화폐 교환 창구를 통해 교환한 손상 화폐는 56억4,000만원으로 전년(46억1,000만원) 대비 22.4% 증가했다. 지폐 교환액은 총 23억원으로, 오만원권이 대부분(81.2%)인 18억6,000만원어치였다.
주요 손상 사유는 장판 밑 눌림, 습기에 의한 부패 등 부적절한 보관 방법에 의한 경우가 12억7,000만원(교환액의 55.0%), 불에 탄 경우 7억8,000만원(34.1%), 세탁 또는 세단기 투입 등 취급상 부주의에 의한 경우가 2억5,000만원(10.9%) 순이었다. 동전 교환액은 33억4,000만원이었다.
다만 한은에 교환을 의뢰해도 액면 그대로 받기는 어려울 수 있다. 실제로 일반 국민이 한은에 교환을 의뢰한 손상 지폐의 액면 금액은 24억2,000만원이었으나 실제로 받은 금액은 그보다 적은 23억원에 불과했다. 손상 부위가 커서 반액만 교환하거나 무효 판정을 받았기 때문이다.
손상된 지폐는 원래 면적과 비교해 남은 면적이 4분의 3 이상이어야 액면 금액 전액을 교환해 준다. 남은 면적이 원래 면적의 5분의 2 이상, 4분의 3 미만이면 액면 금액의 절반만 새 돈으로 교환해 준다.
한은 관계자는 “불에 탄 지폐는 붙어 있는 재 부분까지 남아있는 면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기 때문에 원래 모습을 최대한 유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재를 털어내거나 쓸어내지 말고 상자나 용기에 담아 운반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노진표 인턴기자 jproh93@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