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 빠지는 약으로 알려진 비만 치료주사 ‘삭센다’의 온·오프라인 불법거래가 횡행하면서 의료계가 안전 사용지침을 내놓는 등 자정작용에 나섰다. 전문가들은 반드시 의사의 처방을 받아 적정량을 사용해야 한다고 당부한다. 의사단체는 전체 회원들에 삭센다의 오남용을 막기 위해 대면진료를 권한다는 지침을 발송했다. 16일 의료 및 제약업계에 따르면 삭센다는 노보노디스크제약의 비만 치료 전문의약품이다. 당초 당뇨병 치료제로 개발됐다가 개발 과정에서 비만 치료에도 효과가 입증돼 치료범위(적응증)가 확대된 사례다.
국내에서는 지난해 3월 체질량지수(BMI)가 30㎏/㎡ 이상인 비만 환자, 또는 이상혈당증과 같은 체중 관련 동반 질환이 있는 과체중 환자에게 처방하도록 허가받았다. 먹는 형태의 비만 치료제와 달리 환자가 직접 투여하는 자가 주사제다. 문제는 삭센다가 비만 치료가 필요 없는 환자들에게까지 미용 목적으로 무분별하게 처방되거나 의사의 진단과 처방 없이 불법 거래된다는 점이다. 삭센다는 의사의 처방이 필요한 전문의약품으로 허가된 비만 치료 외에 미용이나 다이어트용으로 사용할 경우 효과 및 부작용이 검증되지 않았다. 메스꺼움, 구토 등 부작용과 갑상선암, 췌장염 관련 경고 사항 또한 환자들에게 제대로 고지해야 한다.
인터넷·신문·방송 등을 통한 광고, 의사의 처방 없이 온라인에서 유통되는 것도 금지돼 있다. 지난해 11월에는 서울시 민생사법경찰단이 의사의 처방 없이 삭센다를 판매하거나 홈페이지에 광고한 일부 의원을 적발하기도 했다. 이러한 단속에도 불구하고 온라인 등에서 불법거래가 지속하자 대한의사협회가 나서서 전체 회원들에 삭센다의 안전한 사용을 당부하는 지침을 발송했다. 의협이 특정 의약품에 대한 안전 사용지침을 내린 건 이례적이다. 의협은 환자에 삭센다를 처방한 의사들에게는 주기적인 대면 진료를 하라고 권했고, 의사의 처방 없이 온라인에서 판매하거나 구매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앞으로 의협은 삭센다의 비만 치료 효과를 과장하는 광고행위에 대해서도 예의주시할 방침이다. 의료광고심의위원회에도 삭센다 광고를 엄격히 심의해달라고 요청했다. 정인경 강동경희대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우선 비만한 환자에 처방하게 돼 있는 약인 데다 구토, 메스꺼움, 설사 등의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면서 “의사의 정확한 처방과 복용법, 부작용에 대한 정보를 제대로 알아야만 원하는 효과를 낼 수 있으므로 반드시 전문의와 상담 후 투여를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선은 인턴기자 jsezz@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