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IT

'합산규제 논란' 이통사 주도권 다툼 탓?

넷플릭스·유튜브 등 영향력 확대속

정치권 '합산규제' 재도입 논의

유료방송 M&A로 대형화 필요한데

"KT 추가인수 견제용" 관측도 나와




넷플릭스와 유튜브 등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가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는 가운데 국회에서 오히려 국내 유료방송만 발을 묶는 규제를 재추진하고 있어 논란이 제기된다. 과거 만들어진 규제를 케이블TV·인터넷TV(IPTV)·OTT 등의 경계가 허물어진 현재까지 적용하는 것은 현실과 맞지 않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업계 일각에서는 국내 이동통신사들이 벌이는 유료방송 시장 주도권 경쟁이 합산규제라는 해묵은 논쟁을 재소환한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16일 국회와 업계에 따르면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오는 22일 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고 유료방송 합산규제 재도입 여부를 심사한다.

유료방송 합산규제는 특정 기업 계열사들의 유료방송시장 점유율 총합이 3분의 1을 넘지 못하도록 막는 규제로 IPTV와 위성방송을 모두 보유하고 있는 KT(030200)를 겨냥한 것이다. 지난해 6월 3년 기한이 끝나 일몰됐지만 곧바로 합산규제를 다시 도입하는 내용의 법안이 발의돼 재논의가 시작됐다.


하지만 합산규제가 시작된 지난 2015년과 현재는 시장 상황이 달라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방향의 방송 미디어로 대중들에게 큰 영향력을 행사할 우려가 있던 과거와 달리 현재는 유료방송도 넷플릭스·유튜브 등 다방향의 OTT와 경쟁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미 미국의 경우 지난해 넷플릭스 가입자는 약 5,800만명인 반면 케이블 방송 가입자는 4,700만명으로 OTT가 유료방송을 뛰어넘었다.



국내에서도 SK브로드밴드 ‘옥수수(oksusu)’와 지상파 3사 콘텐츠연합플랫폼 ’푹(POOQ)‘이 통합되고 LG유플러스(032640) IPTV에 넷플릭스 콘텐츠가 포함되는 등 OTT를 중심으로 시장 변화가 이뤄지고 있다. 이 경우 SK텔레콤(017670)은 SKB 가입자 450만명과 옥수수·푹 통합 플랫폼 가입자 1,316만명까지 합해 총 1,766만명으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 있다. LG유플러스 역시 넷플릭스 독점 공급을 시작한 지난해 11월 가입자 순증이 4만 2,096명으로 나타나며 ’넷플릭스 효과‘를 입증했다. 업계 관계자는 “방송시장이 OTT와의 결합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는데 합산규제는 유료방송사업자만 규제 대상으로 삼고 있어 시대착오적”이라고 밝혔다.

이동통신사간 유료방송시장 주도권 싸움 속에서 철 지난 합산규제 카드가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SKT는 딜라이브·티브로드 인수에, LGU+는 CJ헬로 인수에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양사는 M&A에 성공하더라도 합산규제 영향을 받지 않는다. 하지만 KT는 KT스카이라이프와 합산 점유율 30.86%로 합산규제가 도입되면 상한선 33%에 막혀 M&A를 추진할 수 없게 된다. 결국 글로벌 OTT와의 경쟁을 위해 덩치를 키워야 하는 시점에 국내 업체간 견제로 경쟁력을 잃게 될 수 있다는 얘기다.

KT 관계자는 “미디어 산업 구조재편이 본격화되는 상황에서 일몰된 시장점유율 규제를 재도입하면 KT만 경쟁 기회를 상실하게 된다”고 토로했다.

반면 KT가 유료방송 업계의 1위를 이어가는 상황에서 위성방송 KT스카이라이프만 유일하게 점유율 규제를 받지 않는 것은 특혜라는 주장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합산규제조차 없으면 KT에만 일방적으로 유리한 구조가 되기 때문에 형평성을 침해한다”라며 “경쟁사들이 몸집을 어느 정도 키우고 1위와 경쟁할 수 있는 구도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밝혔다.


권경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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