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북미정상회담 조율을 위한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의 17일 워싱턴행(行)과 맞물려 ‘스티븐 비건-최선희 라인’의 실무협상 채널이 언제 어떤 방식으로 가동할지도 관심을 끌고 있다.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와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의 북미 실무협상 채널은 지난해 8월 비건 특별대표가 임명된 뒤 지금까지 한번도 가동되지 못한 상태로, 2차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의제 및 로지스틱스(실행계획) 조율을 위해 조만간 본격적으로 돌아가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제기돼 왔다. 지난 15일 중국 베이징 서우두 공항에 모습을 나타낸 최 부상은 행선지를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스웨덴 국제회의에서 이야기하죠”라고 밝히며 곧바로 공항을 빠져나갔다. 이 때문에 비건 특별대표도 스웨덴 방문길에 합류,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진행되는 반관반민 성격의 1.5 트랙 대화를 계기로 북미 간 실무접촉이 이뤄질 수 있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스웨덴에서 북미간 실무접촉이 이뤄질 경우 2차 북미 정상회담 준비를 위해 17∼18일로 예상되는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 김영철 부위원장의 워싱턴 고위급 회담과 함께 투트랙으로 준비 작업이 이뤄지는 셈이 된다. 그러나 최 부상이 김 부위원장과 함께 워싱턴으로 가는 항공편 예약자 명단에도 이름을 올린 것으로 알려지지는 등 북한 특유의 ‘연막작전’이 연출되면서 그의 행선지를 놓고 혼선이 빚어졌다. 최 부상이 17일 오후 스웨덴행 비행기 표를 구매·발권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현재로서는 본인이 당초 밝힌 대로 스웨덴으로 날아갈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다만 최 부상은 워싱턴행 예약도 유지한 상황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주 북미간 실무접촉 성사 여부는 비건 특별대표의 ‘동선’과도 직결된다.
그러나 국무부는 16일 비건 특별대표의 스웨덴 방문 여부에 대한 연합뉴스의 서면질의에 “발표할 회담이나 여행(출장)이 없다”는 답변만 되풀이하며 말을 아꼈다. 비건 특별대표가 당초 예상과 달리 스웨덴으로 떠나지 않고 워싱턴DC에 머물며 폼페이오 장관과 함께 김 부위원장을 만날 가능성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CNN방송은 북미 협상에 정통한 두 명의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 김 부위원장이 17일 워싱턴DC에서 하룻밤을 머문 뒤 18일 폼페이오 장관과 비건 특별대표를 만날 것이라고 보도했다. 비건 특별대표가 워싱턴DC에 머물게 되고 최 부상이 ‘항로 변경’ 없이 스웨덴행을 진행한다면 두 사람의 ‘조우’는 이번에도 불발되는 셈이다.
앞서 비건 특별대표가 지난해 10월 폼페이오 장관의 3차 방북에 수행했을 당시에도 최 부상은 러시아 방문 등 해외 일정을 수행 중이어서 북미간 실무라인의 만남이 이뤄지지 못했다. 그 뒤로 미국 측은 계속 만남을 제안했으나 응답을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번에 ‘비건-최선희 라인’의 만남이 이뤄지지 않더라도 2차 북미 정상회담 준비를 위해 늦지 않은 시점에 실무협상이 본격화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온다.
/정선은 인턴기자 jsezz@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