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처음으로 전직 대법원장으로서 검찰 조사를 받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1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을 나서고 있다. 양 전 대법원장은 징용소송 재판거래 의혹에 대해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혐의를 사실상 전면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연합뉴스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17일 오전 검찰에 다시 출석했다. 피의자 신문조서 검토를 위해서다. 검찰은 조만간 양 전 위원장의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그런 만큼 이번이 그의 신병 처리 결정 전 마지막 출석이 될 전망이다.
17일 검찰에 따르면 양 전 대법원장은 이날 오전 9시께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 비공개로 출석해 지난 15일 3차 조사 때 작성한 피의자 신문조서를 열람·검토하는 중이다. 그는 지난 11일 검찰에 처음 출석해 1차 조사를 받은 이후 14일, 15일 연이틀 2·3차 조사를 받았다. 양 전 대법원장은 첫 조사일 이튿날인 12일에도 검찰에 나와 전날 못다 한 조서 열람을 마치기도 했다.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에게 물어볼 내용은 15일 3차 소환에서 다 조사했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이날 조서 열람이 끝나면 헌정 사상 최초의 전직 대법원장 소환 조사는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1·2차 소환 조사를 통해 일제 강제징용 사건 재판개입, 법관 블랙리스트 의혹, 옛 통합진보당 재판개입, 헌법재판소 내부기밀 불법 수집 등 핵심 의혹을 조사하고, 3차 소환에서 남은 혐의에 대해 질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 조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이르면 이번 주 안에, 늦어도 다음 주 초까지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양 전 대법원장은 검찰 조사에서 “기억나지 않는다”, “실무진이 알아서 한 일”이라고 답하는 등 혐의를 부인하는 취지로 일관되게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사실관계가 뚜렷한 사안에는 “죄가 되지 않는다”는 취지로 답한 것으로 전해진다. 전 대법원장이 혐의를 전면 부인함에 따라 검찰 안팎에선 구속영장 청구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증거가 뚜렷한데 피의자가 혐의를 부인할 경우 검찰은 증거 인멸이나 말맞추기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구속이 필요한 사유에 해당한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검찰 수사는 양 전 대법원장을 비롯해 의혹에 연루된 전·현직 판사들의 신병처리와 기소 여부 판단 정도만 남았다. 지난달 초 구속영장이 한 차례 기각된 박병대(62)·고영한(64) 전 대법관의 영장을 재청구할지도 주목된다. /이다원 인턴기자 dwlee618@sedaily.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