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현직 국회의원의 재판 청탁 의혹이 불거진 가운데 대법원은 올해부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문위원으로 근무할 부장판사를 국회에 보내지 않기로 했다. 이는 부장판사 출신 전문위원을 임용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한 국회 측의 공식 요청에 따른 것으로 전해졌다.
국회사무처 관계자는 17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대법원이 부장판사를 보내겠다던 기존 입장을 철회했다”며 “국회 요청을 대법원이 받아들인 것”이라고 전했다. 국회는 그동안 법원에서 2명, 검찰에서 2명씩을 전문위원과 자문관으로 법사위에 배치했다.
현재 법원 출신으로는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를 지낸 강병훈 전문위원과 서울중앙지법 소속 권혁준 자문관(판사)이 근무 중이다. 강 전문위원은 법원을 퇴직하고 국회에 취업하는 형식을, 권 자문관은 국회에 파견 나온 형식을 각각 취한 상태다. 이 중 강 전문위원은 다음 달 20일께 2년의 임기를 마치고 국회를 떠난다. 통상 국회에서 임기를 마친 전문위원은 다시 법원에 재임용되는 것이 일반적이어서 과거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근무하던 검사 출신들처럼 사실상 파견에 가까웠다.
국회는 애초 강 전문위원의 후임자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순수한 개방형 공모제도를 도입할 예정이었다. 그간 후보를 공모하더라도 사법부에서 점찍은 부장판사를 그대로 선발해오던 ‘불완전’ 개방형 공모의 관례를 개선하려 했던 것이다. 그러나 대법원이 다시 부장판사 1인을 사실상 내정하기 원했고, 국회는 이를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대법원에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유인태 국회 사무총장은 전날 국회를 방문한 조재연 신임 법원행정처장과 만나 부장판사의 전문위원 공모 신청을 철회해달라고 공식 요청했다. 국회의 이런 입장을 고려해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소속 변호사 1명도 공모 신청을 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지난달 법사위 전문위원 선발 공고를 내고 후보 신청을 받아 서류심사를 해오던 국회는 관련 절차를 중단하고 내부 승진으로 빈자리를 채우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 중이다. 향후 검찰 출신 전문위원의 후임자도 내부 승진을 통해 선정하는 방안이 고려될 수 있다. 법사위 관계자는 통화에서 “국회 파견 판사들이 사법 로비의 창구로 악용되는 일이 비일비재 했다”며 “이번 제도 개선으로 그런 폐단이 근절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정현정 인턴기자 jnghnjig@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