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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인터뷰] ‘알리타’ 김기범 감독 “제임스 캐머런과 작업..한 단계 업그레이드 경험”

‘혹성탈출’ 시리즈를 통해 퍼포먼스 캡처 기술의 최강자로 자리매김한 웨타 디지털에게 ‘알리타:배틀 엔젤’(이하 알리타)는 새로운 도전이었다.

오는 2월 개봉하는 사이보그 액션 블록버스터 영화 ‘알리타’는 최신 시각효과 기술력의 집약체라고 할 수 있다. 26세기, 인간의 두뇌와 기계의 몸을 가지고 인간보다 더 인간다운 감정을 나누는 사이보그 소녀 ‘알리타’가 주인공. 그가 악의 존재에 맞서는 최강의 전사로 거듭나는 이야기이다.


‘반지의 제왕’ 골룸보다 320배 섬세한 눈동자를 지닌 ‘알리타’는 다양한 감정을 느끼는 인간의 표정을 이질감 없이 보여줘야 했다. 이를 위해 웨타 디지털과 제작진은 표면적인 얼굴뿐만 아니라 표정을 만들어내는 피부 밑 작은 근육의 움직임까지 표현하기 위해 진일보한 퍼포먼스 캡처 기술을 연구했다. 그렇게 낯설면서 신비한 26세기에 가장 잘 어울리는 ‘알리타’ 캐릭터를 탄생시켰다.

‘알리타’는 일본의 대표적인 SF 만화 ‘총몽’이 원작이다. ‘타이타닉’ ‘아바타’의 제임스 캐머런 감독이 원작의 세계관과 캐릭터에 매료돼 실사화를 결정했으나, 당시 기술로는 구현이 어렵다고 판단해 미뤄뒀던 ‘인생 프로젝트’로 알려졌다.

김기범 감독 /사진=이십세기폭스코리아 제공김기범 감독 /사진=이십세기폭스코리아 제공



캐머런 감독은 ‘씬 시티’의 로버트 로드리게스 감독이 이 작품에 관심을 보이자 그에게 연출을 맡기고, 자신은 제작자로 참여했다. ‘반지의 제왕’ 시리즈와 ‘킹콩’ ‘아바타’ 등의 특수효과 작업을 맡은 뉴질랜드 회사 ‘웨타 디지털’이 시각효과를 담당했다. 주인공인 알리타가 얼마나 자연스럽게 구현되느냐가 관건이었다.

‘알리타’의 컴퓨터 그래픽(CG)을 담당한 슈퍼바이저 김기범 감독을 서울 종로구의 한 호텔에서 만났다. 김 감독은 ‘알리타’의 구현이 쉽지만은 않았다고 털어놓았다. 디테일을 넣어 캐릭터의 피부와 근육을 완벽히 구현했는데도 ‘언캐니 밸리’(Uncanny Valley) 현상을 지울 수 없었다. CG로 구현된 캐릭터가 인간과 유사한 행동을 할 때 사람들이 느끼는 불쾌한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다. 결과적으로 로사의 해부학적 구조와 눈과 입꼬리 움직임을 알리타에 적용하고 애니메이션 작업을 거치자, 그 어색함이 사라졌다고 했다.

설득력 있게 캐릭터를 구성하기 위해서는 캐릭터의 감정까지도 완벽하게 만들어 주는 것이 중요했다. 특히 이번 프로젝트는 방대한 지식을 자랑하는 제임스 캐머런 감독과 로버트 로드리게스 감독이 있어 가능했다. 무엇보다 두 감독들의 일관성 있는 비전은 김기범 감독에게도 많은 가르침을 줬다.


“영화 작업 중 가장 힘들었던 일화는 ‘알리타’라는 캐릭터를 완벽하게 디자인하고 디테일을 넣어 구현을 했다고 판단하고 작업 중이던 순간, 제임스 캐머런과 로버트 로드리게즈 감독이 ‘알리타’ 캐릭터의 어색함을 제기했던 때 입니다. 어떻게 보면 까다로운 클라이언트와의 작업이라고 말 할 수 있어요. 하지만 그만큼 저희도 한 단계 업그레이드 할 수 있는 현장이었어요. 로버트 감독과 일하면서 배운 게 있어요. 실사에 능한 감독이 하나 하나 CG 기술을 컨트롤 하면서 CG 퀄리티에만 집중할 수 있는데 그러지 않으셨어요. 오히려 영화가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배우의 연기, 다이얼로그, 시선 처리 등 기본을 말씀하셨어요. 이 기본을 놓치게 되면, CG 기술에 대입했을 때 오류를 저지르기 쉽거든요. 제임스 캐머런 감독의 방대한 지식과 비전은 저희도 지속적으로 공부를 많이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걸 자연스럽게 깨닫게 했어요. 잊을 수 없는 경험이죠.”



김기범 CG 감독은 기계공학을 전공한 후 한국 영구아트무비에서 ‘디 워’ (2007) 작업에 참여한 뒤 미국으로 건너갔다. 심형래 감독의 영화 ‘디워’ 데모릴로 2006년 VFX 스튜디오 ‘ILM’(영화 CG 전문 회사 ‘인더스트리얼 라이트 앤드 매직’) 에 입사해 영화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 ‘트랜스포머3’, ‘아이언맨2’, ‘어벤져스’에 참여했다. 2016년 디지털 그래픽 스튜디오 ‘웨타 디지털’에 입사해 ‘혹성탈출: 종의 전쟁’에 참여 후 영화 ‘알리타’에서 CG를 총괄했다.





김기범 감독 /사진=이십세기폭스코리아 제공김기범 감독 /사진=이십세기폭스코리아 제공


‘스타워즈’를 보고 CG 기술자의 꿈을 키운 김 감독은 가장 기억에 남는 프로젝트로 심형래 감독의 ‘디 워’를 꼽았다. 그는 “그 때의 기억이 많이 나고, 재미있게 또 순수하게 작업했던 것 같아요. ”라고 말했다. 그는 웨타 디지털로 이직을 결심한 이유로 개인적인 호기심이 컸다고 했다. “웨타에는 ‘마법’과 같은 게 있지 않을까 싶었다”고 말했다. 막상 경험해 본 ‘웨타’엔 “타협하지 않는 정신”이 있었다고 털어놨다. 그 점이 웨타의 자부심이었다.

“웨타는 최신 기술을 계속 흡수하면서 업데이트 한다. 영화를 작업할 때 소프트웨어적으로 구현이 안 된 부분들이 많이 있다. 초반에 정해진 소프트웨어 버전으로 쭉 작업하게 되면 CG 슈퍼바이저 입장에서는 편할 수 있지만, 작업물을 지속적으로 업데이트를 할 수 있다는 점은 어느 곳에서 쉽게 경험 할 수 없는 부분이다. 웨타 디지털이 독보적일 수 있는 이유는 오랜 역사를 가진 자체 R&D팀이 매 프로젝트, 매주마다 작업 결과물을 보면서 지속적인 업데이트를 한다는 점이다. ”

“ 이번 프로젝트는 효율이나 예산에 얽매이지 않고, 끝까지 타협하지 않고 만들어낸 작업이다. ‘알리타’는 처음부터 끝까지 계속 수정을 했다. 총 2,000컷이 넘는 장면을 모두 관리하는데 쉽지 않았다. 작업을 하는 동시에 수백 명의 인원이 계속 데이터를 만들어가면서 캐릭터를 CG를 바꾸고 다시 애니메이션 작업을 수 십 개의 컷으로 완성하는 과정을 지속해왔다. 이런 식으로 방대한 데이터를 관리하면서 배우의 연기를 최대한 끌어내서 영화를 완성한 과정이 저를 비롯해 함께 일 한 모든 사람들에게 도전이고 혁명적인 작업이었다. ”

그는 ‘아바타’ (2009)흥행 이후 한국의 CG 산업에도 작은 변화가 일고 있다고 말했다. 영화 ‘신과 함께’가 바로 그 성장의 증거이기도 하다. 그는 “다음 프로젝트에서 변화를 주며 바뀌어 나가는 것. 그게 가장 어려우면서도 중요한 일이다”며 “최근 국내에서 화제가 된 영화 ‘신과함께’는 대단함을 넘어 경이롭다”고 말했다.

“물론 솔직하게 말해 ‘신과함께’의 퀄리티가 경이롭진 않지만, 한정된 여건과 기간, 예산이나 작업할 수 있는 여건이나 기간에 비해 나온 결과물은 수준급으로, 대단함을 넘어 경이롭다고 말 할 수 있어요. 외국 스튜디오에서는 절대 할 수 없는 수준으로 상당히 높은 수준입니다. 한마디로 대단하죠 .”

“많은 분들이 한국의 CG기술 수준에 대해 물어보시고 비교를 하세요. 언젠가는 한국과 외국의 CG기술의 비교가 무의미하도록 만들고 싶어요. 만약 우리 영화가 아카데미 비주얼이펙트 부문 후보가 된다면 한국의 능력을 증명할 수 있을까요? 누군가 그렇게 했다면, 더 이상 질문을 안 할 것 같다. 사실 영화 산업에서 어떤 정해진 걸 바꾸는 게 쉽지 않아요. 추후에 어떤 방법이 될 지는 아직 모르겠지만, 변화를 조금 줬다는 그 자체를 실행해낸다면 되게 기쁠 것 같아요. ”

정다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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