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단독] 원장 지원자 ‘0’...상도유치원 떠나는 교사들

붕괴 수습했지만 "몸도 마음도 지쳐"

원장 1년반 만에 "유치원 옮겨달라"

교사들도 정신과 치료 등 고통 호소

교육청, 직원을 원장으로 투입키로

지난해 9월7일 서울 동작구 상도동 다세대주택 공사장의 흙막이가 무너져 근처에 있는 서울상도유치원 건물이 기울어져 위태롭게 서 있다. /연합뉴스지난해 9월7일 서울 동작구 상도동 다세대주택 공사장의 흙막이가 무너져 근처에 있는 서울상도유치원 건물이 기울어져 위태롭게 서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9월 붕괴 위험에 노출됐던 서울상도유치원에서 사고를 미리 감지하고 홀로 고군분투했던 이 유치원의 원장이 결국 유치원을 떠난다. 상도유치원은 인근 유치원 부지를 임대해 가까스로 정상화됐지만 김 원장을 비롯한 대부분의 교사는 “몸과 마음이 지쳤다”며 전보신청을 낸 것으로 확인됐다.

17일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서울상도유치원의 김모 원장은 지난해 12월 교육청에 ‘비정기 전보신청’을 내고 원장 업무 중단 의사를 밝혔다. 상도유치원 원장으로 옮긴 지 겨우 1년 반 만이다. 교육청 관계자는 “김 원장이 사고 전후로 유치원 문제 해결을 위해 열심히 노력했는데 그 과정에서 많은 상처를 받은 것 같다”며 “지난해 맡았던 원아들까지만 졸업시킨 뒤 떠나겠다는 결심을 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김 원장뿐 아니라 원감을 비롯한 이 유치원 교사 12명 대부분도 교육청에 전보를 요청했다. 김 원장은 서울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개인적 사정으로 결정한 일”이라며 말을 아꼈다.


김 원장은 지난해 9월 발생한 서울상도유치원 붕괴사고 전 사고 위험을 감지하고 구청과 교육지원청에 안전진단비를 요청하는 등 홀로 사고를 막기 위해 고군분투했지만 참사를 막지는 못했다. 인근에서 공사를 강행한 시공사와 당국의 안일한 대처로 벌어진 ‘인재(人災)’라는 비판 속에 유일하게 ‘귀감이 된 인물’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김 원장은 이후 사고원인에 대한 조사 과정에서 사고 책임자 중 한 사람으로 지목돼 고초를 겪었다. 국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의원들로부터 추궁을 받기도 했다. 여기에 사고 후 수습 과정에서 일부 학부모들과의 갈등까지 불거지면서 김 원장과 교사들은 정신과 치료를 받는 등 극심한 스트레스를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교육청 관계자는 “김 원장은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한 모범적인 원장”이라며 “김 원장과 교사들은 비판받을 사람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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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청은 다음달 중 김 원장과 교사들의 인사위원회를 열고 비정기 전보신청 수용 여부를 심사할 예정이다. 공립유치원 교원인 이들은 전보가 받아들여지면 다른 유치원으로 옮겨 근무할 수 있다. 교육청 관계자는 “거의 모든 교사가 한 번에 전보신청을 내는 것은 흔한 일은 아니지만 상황의 특수성을 감안해 수용하지 않겠나”라고 했다. 이 중 김 원장에 대해서는 일찌감치 ‘전보 허용’으로 결론을 내리고 새 원장 공모에 나섰다.

하지만 극심한 혼란을 겪고 있는 상도유치원에 아무도 공모 지원을 하지 않으면서 문제가 복잡해졌다. 지원자가 없자 교육청은 내부 논의 끝에 담당 업무 부서인 유아교육과의 정모 장학관에게 원장 공모에 응하도록 권유했다. 정 장학관은 서울의 한 유치원 원장을 맡아 서울시교육상을 수상하는 등 30년 이상 유아교육을 맡아 온 베테랑이다. 결국 추가 공모에 응한 정 장학관은 “정년이 얼마 남지 않아 고민했지만 어려운 사정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했다. 유일한 공모 지원자인 정 장학관은 교육부 승인이 나면 원장으로 취임하게 된다. 상도유치원은 오는 2022년 3월까지 기존 부지에 새 건물을 짓기로 하고 그동안은 인근의 동아유치원을 임대해 운영할 계획이다.

진동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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