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일하다 죽지 않는 나라’를 만들자며 청와대 앞에서 노숙농성에 나섰다.
서울교통공사노조, 발전비정규직, 비정규직100인대표단 등이 모인 ‘청와대로 행진하는 1천인의 김용균들’은 18일 오후 8시께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 분수대 광장에서 투쟁문화제를 열었다. 이어 오후 11시께부터 인도 위에 침낭을 펼쳐 노숙에 들어갔다.
노숙농성에는 100명가량이 참여했다. 이들은 기온이 1도에 머문 쌀쌀한 날씨에도 “이 정도면 포근하다”며 돗자리를 펼치고 일사불란하게 잠자리를 정돈했다.
한국가스공사 비정규직지부 홍종표 지부장은 “개별 사업장 단위로 노숙농성 등 투쟁을 해 오고 있었다”면서 “그러나 오늘은 비정규직 문제라는 공감대에 김용균 씨의 죽음이라는 불쏘시개가 더해져 한 데 모이게 됐다”고 설명했다.
홍 지부장은 “무엇보다 김용균 씨의 유족들이 ‘투쟁을 멈추지 말아 달라’고 당부해 이제는 더 큰 책임감과 사명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울산현대차노조 윤상섭(39)씨는 “자식들에게까지 비정규직 노동을 물려주고 싶지 않아 이 자리에 나왔다”면서 “불법고용이 아무렇지 않게 일어나는데 어떻게 젊은 세대에게 ‘바르게 살아라’라고 가르칠 수 있겠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청와대 앞에서 노숙까지 하지만 대통령이 우리의 말을 들어 줄지 확신은 없다”고 덧붙였다.
한국마사회지부 김선종 사무국장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청와대 앞에 모여 노숙농성을 한다고 하니 언론과 시민단체 등에서 관심을 많이 가지는데 딱 한 곳 청와대만 관심이 없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앞서 열린 투쟁문화제는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숨진 고(故) 김용균 씨를 추모하며 ‘우리가 김용균이다’라는 주제로 진행됐다.
발언대에 오른 ‘청년광장’ 활동가 윤모(23)씨는 “우리는 김용균의 죽음을 알기 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며 “그가 겪은 고통과 불합리를 마음에 새기고 살 것”이라고 말했다.
청년 참가자들은 춤과 노래로 공연을 준비해 개성 있는 방식으로 고인을 추모하고 연대의 뜻을 전했다.
이를 본 참가자 김모(48)씨는 “고맙고 뭉클하다”면서도 “젊은 학생들까지 추운 데 나와 집회를 해야 하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청와대로 행진하는 1천인의 김용균들’은 앞서 이날 오후 1시께 서울 광진구 구의역 4번 출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연 뒤 종로구 전태일 동상과 광화문광장의 김용균 씨 분향소를 거쳐 청와대 앞까지 행진했다.
이들은 청와대 앞에서 노숙농성을 한 뒤 19일 오전 11시께 결의대회를 열고, 오후 1시께 광화문 세종로 공원에서 행사를 마무리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