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애플은 갑인가 을인가' 공방 벌인 공정위와 애플

“애플이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광고비를 떠넘겼다.”(공정위)

“통신사 협상력이 더 크다. 브랜드 관리 차원에서 한 것뿐이다.”(애플코리아)




이동통신사에 아이폰의 광고비와 무상수리 비용을 떠넘기는 등 ‘갑질’ 의혹을 받는 애플코리아에 대한 제재 여부를 두고 공정거래위원회와 애플이 치열한 공방을 벌이고 있다. 양측은 통신산업·광고 전문가는 물론 경제학자까지 동원해 논리 싸움을 펼쳤다.


공정위는 지난 1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애플의 거래상 지위남용 혐의에 대해 2차 전원회의(법원의 재판에 해당)를 열었다고 21일 밝혔다. 앞서 공정위는 지난 2016년 애플이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 3사에 광고비 및 수리비용 일부를 전가한 혐의를 포착한 뒤 2년여의 조사 끝에 지난해 12월 애플을 상대로 첫 전원회의를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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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심의의 쟁점은 세 가지. 애플의 우월적 존재 지위 여부, 통신사와의 광고기금 조성 및 광고관여가 정당한지 여부다. 공정위는 애플이 통신사와 함께 조성한 광고기금으로 자사 제품과 브랜드 중심 광고를 내보냈으며 자사 전용 애프터서비스 센터를 만들어 운영하면서 그 비용 일부를 통신사에 분담하게 한 것이 부당하다고 봤다.

핵심은 애플이 통신사에게 부당한 행위를 강요할 만큼 거래상 우월한지, 즉 ‘갑’인지 여부다. 애플 측은 사업자 경쟁구도에 관한 경제분석을 통해 “통신사보다 협상력이 높지 않기 때문에 거래상 우월적 지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통신 3사가 국내 시장을 장악하고 있어 오히려 애플이 ‘을’이라는 얘기다. 애플 측은 2008년 처음 한국 시장에 진출했을 때부터 지금의 계약 조건이 있었으며 당시 아이폰의 시장 점유율이 1%대에 불과했다는 점을 근거로 삼고 있다. 또 광고기금으로 애플 판매량이 늘면 통신사에도 이익이 되는데다 광고활동에 관여한 행위도 아이폰의 브랜드 유지 차원에서 정당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공정위도 경제분석을 동원해 애플이 ‘갑’이 맞는다고 반박했다. 애플의 고객 장악력이 높은데다 통신사 입장에서는 앞으로도 애플과 계속 거래를 해야 하고 요구를 거절하면 매출에 상당한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는 만큼 애플의 협상력이 상당하다는 것이다. 공정위는 또 광고기금이 통신사들의 이윤을 착취하는 추가적인 수단에 불과하고 통신사 광고에 대한 애플의 관여도 관행을 뛰어넘어 브랜딩 전략으로 정당화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3차 심의는 다음 달 20일 열릴 예정이다. 공정위는 “구체적인 행위 사실에 대한 본격적 논의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애플의 혐의가 인정되면 최소 수백억원의 과징금이 애플에 부과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규정상 과징금은 매출액의 2%까지 부과할 수 있는데 애플이 이제까지 국내에서 벌어들인 매출이 조(兆) 단위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세종=한재영·빈난새 기자 jyhan@sedaily.com

한재영·빈난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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