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밤 구속 결판...양승태 '운명의 날'

사법행정권 남용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양승태(71·사법연수원 2기) 전 대법원장의 운명이 사법연수원 25기수 후배인 명재권(52·27기) 영장전담부장판사의 손에 놓였다. 구속 여부는 오는 23일 밤 또는 다음날 새벽께 결정된다.

21일 법원에 따르면 양 전 대법원장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이 23일 오전10시30분 서울중앙지법 서관 321호 법정에서 열린다. 양 전 대법원장은 혐의를 전면부인하고 있는 만큼 심문기일에 출석해 적극적으로 본인의 입장을 소명할 것으로 보인다.

심리를 맡은 명 부장판사는 검사 출신으로 사법농단 의혹을 수사해온 한동훈 서울중앙지검 3차장과 연수원 동기다. 제37회 사법시험에 합격한 후 지난 1998년부터 11년간 검사로 재직한 그는 수원지검과 전주지검 군산지청, 서울동부지검, 청주지검 등을 거쳐 2009년 판사로 전직해 법원행정처나 대법원에서 근무한 경력이 없다. 이 때문에 기존 판사들과 달리 양 전 대법원장 당시 사법부와 거리가 멀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서울중앙지법 형사단독 재판부 등 일선 재판을 맡아오다가 지난해 8월 영장전담 재판부가 증설되면서 자리를 옮겼다.



명 부장판사는 앞서 지난해 9월 박병대 전 법원행정처장(대법관)과 고영한 전 대법관 사무실 및 양 전 대법원장이 퇴임 후 사용한 개인 차량에 대해 검찰이 청구한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한 바 있다. 사법농단 관련 첫 압수수색 영장 발부였다. 다만 양 전 대법원장의 주거지에 대해서는 ‘주거 안정 가치의 중요성’을 들어 영장을 기각했다.

같은 날 박 전 대법관도 319호 법정에서 진행되는 구속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한다. 박 전 대법관 역시 15기수 후배인 허경호(45·27기) 부장판사 앞에서 재판거래가 없었음을 항변하게 됐다. 당초 전산 배당으로는 양 전 대법원장과 박 전 대법관의 영장심사가 모두 명 부장판사에게 배당됐으나 검토할 양이 많아 내부 논의를 거쳐 박 전 대법관 사건은 허 부장판사가 맡게 됐다. 다만 허 부장판사가 과거 근무 인연을 이유로 영장심사 재배당을 요구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영장심사에서는 이들의 혐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직권남용죄 성립 여부를 두고 치열한 공방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양 전 대법원장의 구속영장이 260쪽, 박 전 대법관은 200쪽에 달해 구속 여부는 자정을 넘겨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