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통일·외교·안보

日 "한국과 협의중단"... '레이더 갈등' 격화냐 봉합이냐

日, 초계기 내부 레이더 소리 공개

책임 전가하며 사태 종결 의도

국방부 "확인불가 기계음" 반박

한미일 연합방위 강조 등 변수로

한국과 일본의 레이더 갈등이 격화와 봉합의 갈림길에 접어들었다. 한국이 억울하게 사태가 종결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일본 방위성은 21일 오후5시 홈페이지에 지난해 12월20일 사건 당시의 녹음 일부를 공개하며 공세를 이어나갔다. 핵심은 해상자위대 P-1 초계기 안에서 승조원이 들었다는 경보음. 일본이 ‘화기 관제 레이더 탐지음’이라고 공개한 경보음 ‘삐-’소리가 18초간 이어진다. 일본 방위성은 ‘수색용 레이더 탐지음’이라는 경보음도 홈페이지에 올렸다. 20초에 걸쳐 끊어졌다 이어졌다를 반복하는 경보음이 들린다. 방위성은 경보음이 단절되지 않고 연속적으로 울렸기에 화기 관제용 레이더가 분명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주목할 대목은 일본이 한국과 문제 해결을 위한 대화를 거부했다는 점이다. 발표문의 제목도 ‘화기 관제 레이더(사격용 레이더) 조준에 관한 방위성의 최종견해’다. 더 이상 대화를 하지 않겠으며 발표도 이번이 끝이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우리 국방부는 이에 대해 즉각 반박했다. 최현수 국방부 대변인은 “일본이 제시한 전자파 접촉음은 우리가 요구한 탐지일시, 방위각, 전자파의 특성 등을 전혀 확인할 수 없는 기계음”이라며 “사실관계를 검증하기 위한 양국 간 협의를 중단한다는 데 대해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국방과학연구소의 레이더 전문가도 이 음성은 ‘가공된 기계음’이라고 잘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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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의 주장대로 일본은 이 음향에 손을 댔다. 레이더파를 소리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방위성은 “기밀 보호를 위한 일부 ‘보전조치’를 거쳐 공개한다”고 밝혔다. 편집했다는 얘기다.

일본이 더 이상 대화를 하지 않고 최종적인 ‘증거’로 제시했다는 점에서 일단 갈등은 한국의 판정승으로 볼 수 있다. 지난 14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한일 실무자협의에서도 일본 측은 우리 측의 레이더 관련 질문에 응답하지 못했다. 일본으로서는 먼저 휴전하는 모양새를 갖추면서도 국제사회에는 ‘한국의 거짓말’을 적극 알리는 이중성을 드러냈다고 볼 수 있다. 일종의 자해공갈극을 펼치고 상처를 보이지도 못하고 사과 없이 한국에 책임을 덮어씌운 채 종결하겠다는 의도가 엿보인다.

사태의 향방은 두 가지 변수에 달렸다. 첫째, 국제 여론이 일본의 노림수처럼 ‘편집된 증거’를 증거로 여기는 상황. 한국으로서는 간과할 수 없는 대목이다. 두 번째, 보다 결정적으로 미국이라는 변수가 있다. 한일 양국의 공통발표문에는 ‘한일·일한 우호와 안보협력, 미국과의 연합방위체제 강화 노력’이라는 문구가 공통적으로 나온다. 두 나라가 미국의 종용을 받았거나 크게 의식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국제 여론에 마지막 재를 뿌리고 사태를 접자는 일본의 농간이 통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권홍우기자 hongw@sedaily.com

권홍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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