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한 발자국도 못나간 메이의 '플랜B'

"EU와 협상서 더 큰 발언권 부여

노동자 권리보호 강화" 밝혔지만

최대 쟁점 백스톱 해법 못내놔

FT "플랜B, 사실상 플랜A 수준"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신화연합뉴스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신화연합뉴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21일(현지시간) 향후 유럽연합(EU)과의 미래관계 협상에서 의회에 더 큰 발언권을 부여하겠다는 내용을 담은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Berxit) 합의안 ‘플랜B’를 발표하고 의회 설득에 나섰다. 하지만 최대 쟁점인 백스톱(backstop·안전장치)에 대해 뾰족한 해법을 내놓지 못한데다 야권에서 제기하는 제2 국민투표에 대해 거부 의사를 분명히 하는 등 종전안과 별 차이가 없다는 냉소적인 반응이 나오면서 ‘노딜(no deal)’ 위험이 높아지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메이 총리는 이날 하원에 참석해 브렉시트 합의안과 관련해 “세 가지 핵심 변화가 필요하다”며 플랜B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브렉시트 이후 EU와의 협상 과정에서 의회에 더 큰 발언권을 부여하고 협상 관련 정보를 의회에 보다 신속하고 자세하게 공유할 것과 제1야당인 노동당의 요구를 반영해 노동자들의 권리와 환경보호·환경기준 등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또 논란이 되는 백스톱과 관련해 아일랜드와 북아일랜드 간 하드보더(국경통과 시 엄격한 통관절차 적용)를 피하면서도 EU와 더 논의해 의회의 지지를 받을 방법을 찾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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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랜B에 대해 의회와 언론의 반응은 혹평에 가깝다. 무엇보다 최대 쟁점이 된 백스톱과 관련해서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하는 수준에 그쳤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야당 등 일각에서 제기하는 제2 국민투표안에 대해서도 메이 총리는 “사회통합을 저해할 뿐이며 노딜을 막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합의안 통과”라며 애매한 명분으로 반대 입장을 고수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브렉시트 강경파들이 백스톱으로 영국령인 북아일랜드에 대한 영국 본토의 지배권이 약해질 수 있다며 백스톱에 강하게 반발하는 것을 의식한 메이 총리가 뚜렷한 해법을 내놓지 못했다며 “플랜B는 사실상 ‘플랜A’ 수준으로, 아무것도 변한 게 없다”고 지적했다.

플랜B가 정부와 의회의 교착상태를 해소할 실마리를 제공하지 못한 것으로 평가됨에 따라 오는 29일 진행될 의회 표결 전망도 어두워졌다. 노동당의 제러미 코빈 대표는 메이 총리가 합의안 투표 부결 결과를 여전히 부인하고 있으며 초당적 논의는 ‘사기(sham)’에 가깝다고 비판했다.

한편 폴란드가 백스톱 논란에서 메이 총리를 지지하는 절충안을 제시해 EU 내부에서도 분열 조짐이 일기 시작했다. 폴란드가 제시한 안은 브렉시트 합의안의 안전장치에 5년의 시한을 설정하자는 것으로, 메이 총리의 입장을 지지하는 내용이다. 가디언은 브렉시트 협상과 관련해 EU 내에 첫 내분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고 경고했다.

이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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