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금융정책

또...'노동이사제' 요구한 KB노조

의결권자문사 반대로 부결됐는데...3년째 추진

ISS 반대·외국인 주주 반감에도

민변 출신 백승헌 사외이사 추천

3월 주총서 또 표대결 벌어질 듯

KB금융지주 노조가 3월 주주총회를 앞두고 또다시 사외이사 후보를 추천한다. 앞서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사인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s)와 국민연금의 반대로 좌절된 후 이번이 세 번째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지주 우리사주조합과 KB금융노동조합협의회는 백승헌 변호사를 주주제안을 통해 사외이사로 추천할 최종 후보로 결정했다. 백 변호사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에서 회장을 지내고 대한변호사협회 인권위원, 대검찰청 검찰개혁 자문위원, 법무부 정책자문위원 등을 역임했다. KB노협은 우리사주조합원과 일반주주에게 발의서를 배포하고 동의서를 모집할 계획이다. 주주제안서는 다음 달 7∼8일께 제출한다. KB금융은 7명의 사외이사 가운데 유석렬, 스튜어트 솔로몬, 박재하, 한종수 등 4명이 오는 3월 임기가 만료된다. 이 중 회계 전문가인 한 이사가 중임을 희망하지 않아 새 얼굴이 필요하다.


이에 따라 지난해에 이어 다시 한번 금융권에 노동이사제 논의가 불거질지 관심이 모아진다. KB노협의 경우 우리사주조합을 통해 주주제안 방식으로 사외이사 후보를 추천해 노동이사제와는 결이 다소 다르지만 노동자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사외이사가 이사회에 참가한다는 점에서 유사하다. 주총에서 통과되려면 출석한 주주 의결권의 과반으로 하되 발행주식 총수의 4분의1 이상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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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지난해 금융지주사 주주총회에서 번번이 부결된데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금융감독 혁신과제로 추진해온 근로자추천이사제 도입을 위한 공청회도 차일피일 미뤄지면서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다. 70%에 달하는 외국인 주주들의 반감도 강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조가 추천한 인사가 사외이사가 되면 투명경영이라는 긍정적인 면보다 과도한 경영간섭과 경영 효율성 저하라는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이유에서다. 금융당국의 한 관계자는 “금융 공공기관부터 우선 도입 논의를 한 뒤 민간 금융회사에 대한 적용 여부를 검토해보는 게 맞을 것 같다”며 “귀족노조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 금융 노조가 건전성이 생명인 금융회사 경영에 직접 간여하는 게 옳은지에 대한 논의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KB금융의 사외이사 후보 추천 프로세스는 ‘후보군 구성-후보군 평가-후보 추천’의 3단계로 이뤄진다. 매년 2회 상시 관리하는 사외이사 후보군은 주주와 외부 전문기관의 추천을 통해 구성되며 100여명이 넘는다. 여기에 KB금융 주식을 1주 이상 보유한 주주라면 누구라도 사외이사 후보를 추천할 수 있다. 이에 KB노조는 지난 2017년 임시주주총회에서 하승수 변호사(현 국민헌법자문특별위원회 부위원장), 지난해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는 권순원 숙명여대 교수 등 명망 있는 사외이사 후보들을 올렸어도 경영진과 주주 설득에 실패했다. 당시 ISS가 노조 제안에 공개적으로 반대 의견을 내놓았다.

한편 KB노조의 한 관계자는 “참여연대 등 4개 단체에 경영·경제·금융·재무회계·법률·인사조직·노동·소비자보호·환경·지배구조 영역에서 노동 존중의 태도를 지닌 전문가 추천을 의뢰했다”고 말했다.


황정원·서일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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