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금융정책

은행 '그림자규제'는 놔둔채...행정지도만 손보겠다는 당국

'구두지침·통보'엔 대책 없어

"보여주기식 개선방안" 비판




금융위원회가 불필요한 행정지도를 줄여 그림자 규제 개선에 나서겠다고 하지만 정작 금융업권이 더 크게 부담을 느끼는 구두지침이나 공문 없는 일방적 통보, 검사 위협에 대해서는 개선 대책이 없어 보여주기식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현재 금융당국이 실시하는 행정지도는 총 39개지만 그 외에도 암묵적 압박을 가하는 그림자 규제들을 찾아내 방지하겠다는 의지가 없다는 지적이다.


금융당국은 24일 금융회사에 부담을 주는 행정지도의 무분별한 연장을 방지하고 사전통제도 강화하는 ‘금융규제 운영규정 일부개정안’을 이달 중 시행한다고 밝혔다. 개정안은 행정지도의 연장횟수를 1회로 제한해 행정지도의 장기화를 막고 행정지도의 필요성과 효과성에 대한 실태평가를 통해 불필요한 행정지도는 없애거나 필요한 행정지도는 법규화로 재정립한다. 또 앞으로 행정지도를 만들려면 민간위원이 참여하는 사전심의위원회를 거치도록 했다. 현행상 금융위 과장이 재량으로 만들 수 있어서 투명성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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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는 개정안을 통해 그림자 규제로 작용하는 금융 행정지도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는 입장이지만 정작 금융업권은 보여주기식 개선 방안으로 오히려 우려가 크다는 반응이다. 먼저 금융회사 입장에서 행정지도나 가이드라인에 명시되지 않은 그림자 규제인 구두지침이나 검사 압박 등이 더 부담이 크다는 지적이다. 현재 금융위는 13개, 금융감독원은 26개의 행정지도를 실시하고 있으나 그 물밑에서 압박이 되는 그림자 규제들은 이보다 더 많다는 것이다. 당장 지난 22일 금융위가 새로운 잔액 기준의 코픽스 금리를 도입하기로 하며 매달 은행들의 금리 원가 산정체계를 들여다보겠다고 한 게 최근 사례로 꼽힌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법령은 물론 행정지도 없이 코픽스 금리 산정체계 개정 방안에 따라 금융당국이 기존에 안 하던 은행의 금리 원가 산정체계 점검을 하겠다는 것은 뉴스로 알았다”며 “공문이 온 것도 아니고 이런 식의 구두 통보가 행정지도보다 더 부담이 된다”고 토로했다. 이외에도 법정최고금리는 24%인데 금융당국에서 저축은행의 대출금리 20% 이상은 법적 근거 없이 고금리로 취급해 제재나 검사 압박 등을 하는 점도 지적된다.

이외에도 행정지도의 법규화 추진이 의미가 있겠냐는 의구심도 제기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행정지도를 어기면 각종 불이익이 예상돼 이미 금융사들이 법처럼 지키고 있다”며 “오히려 향후 법규화가 이뤄지면 행정지도보다 더 강한 규제가 있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향후 행정지도를 만들 때 심의위를 거치는 게 투명성을 과연 제고하겠냐는 비판도 나온다. 심의위는 금융위 사무처장 1명, 금융위 국장 4명, 금융감독원 부원장보 1명, 외부인사 3명으로 구성된다. 9명 중 과반수 동의로 의사결정을 하는데 외부인사 3명의 힘이 보장되기 쉽지 않은 구조인 것이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그 누가 외부인사로 들어와도 고위관료들이 밀고 나가려는 행정지도를 막을 수 있겠냐는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손구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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