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은 1790년 1월8일 당시 임시 수도였던 뉴욕에 있는 연방 상원 의사당 단상에 섰다. 워싱턴 대통령이 취임 8개월 만에 의회에 모습을 나타낸 것은 앞으로의 정책 방향을 설명하고 의회의 협조를 요청하기 위해서였다. 워싱턴이 833단어로 된 자신의 메시지를 낭독하는 데 걸린 시간은 10분에 불과했다. 이것이 미국 헌정 사상 최초의 대통령 국정연설이다. 이후 미국 대통령들은 해마다 연초에 의회에서 국정연설을 한다. 3권분립이 엄격한 미국에서 대통령은 법안 제출권이 없기 때문에 국정연설을 통해 국정 전반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표명하고 관련 입법을 의회에 권고한다.
처음에는 ‘의회에 보내는 연두교서(Annual Message to Congress)’라고 부르다가 1935년 프랭클린 루스벨트 때부터 ‘국정연설(State of the Union Address)’로 바뀌었다. 3대 토머스 제퍼슨은 국정연설이 제왕적이라고 생각해 1801년 서면으로 대체했다. 국정연설이 부활한 것은 1913년 우드로 윌슨 때다. 세계를 호령하는 나라답게 국정연설에서는 대내외에 상당한 영향을 주는 정책들이 발표되고는 한다. 1823년 제임스 먼로는 유럽의 아메리카에 대한 불간섭 등을 골자로 하는 외교정책을 밝혔고 1918년에는 우리나라의 3·1운동을 촉발한 우드로 윌슨의 평화안이 나오기도 했다. 조지 W 부시는 2002년 북한과 이란·이라크를 ‘악의 축’으로 지목하기도 했다. 초기 의회에서 낭독하는 데 그쳤던 국정연설은 라디오·텔레비전 등이 등장하면서 국민들도 직접 보고 들을 수 있게 됐다. 1923년 캘빈 쿨리지의 연설은 처음으로 라디오로 중계됐고 1947년 해리 트루먼의 연설은 TV 전파를 탔다. 2002년 조지 W 부시의 연설은 인터넷으로 생중계됐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연설 계획이 국경장벽 예산 문제로 진통을 겪고 있다. 트럼프는 “예정된 대로 29일 하원에서 국정연설을 하겠다”고 밝혔으나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이 “연방정부 셧다운 해소 전까지는 안 된다”며 제동을 걸고 있는 것이다. 백악관은 만일 하원에서의 연설이 여의치 않으면 상원이나 주(州) 의회에서 연설하는 방안도 대안으로 고려하고 있는 모양이다. 트럼프의 국정연설은 우리에게도 큰 관심사다. 2차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핵에 대해 어떤 해법이 담길지 지켜볼 일이다. /오철수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