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강남 갔던 삼성, 다시 강북으로 U턴하나

에스원, 부영태평빌딩 임대차 계약

삼성생명, 서소문빌딩 재건축 추진

계열사들도 서초사옥 떠나는 추세

JY, 부동산보다 주력사업에 매진

# 삼성그룹 계열사 중 부동산 자산관리를 담당하는 ‘에스원(012750)’이 최근 서울 중구 태평로2가에 위치한 부영태평빌딩(옛 삼성생명(032830) 본관 빌딩)의 주인인 부영과 임대차계약을 추진하고 있다. 에스원이 계약하고자 하는 면적은 4,900~6,600㎡ 정도다. 층마다 차이는 있지만 부영태평빌딩 한 층의 연면적이 약 1,300㎡ 정도인 점을 감안하면 4~5개 층 정도를 사용할 것으로 보인다. 부영태평빌딩의 5분의1을 삼성이 사용하는 셈이다. 에스원이 부영과 계약을 추진하는 부영태평빌딩은 지난 2015년 삼성SDS에서 분리된 교육사업 담당 계열사 멀티캠퍼스(067280)(옛 크레듀)가 사용할 예정이다. 에스원의 한 관계자는 “멀티캠퍼스 강남 교육장이 협소하다는 의견이 있어 강북에 교육장을 알아보고 있다”며 “부영태평빌딩을 비롯해 여러 후보지를 물색 중”이라고 설명했다.

2615A17 삼성그룹부동산



25일 재계와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2000년대 말 서울 서초구 강남역 인근에 삼성타운을 조성하면서 그룹의 거점을 도심(태평로 일대)에서 강남으로 옮겼던 삼성그룹 계열사들이 최근 다시 도심으로 회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번에 에스원이 계약을 추진하는 부영태평빌딩은 삼성생명이 3년 전인 2016년 초 부영에 매각했다. 부영태평빌딩은 1984년 준공 이후 삼성생명이 30여년간 본사로 사용해 그룹의 상징적인 건물 중 하나였다. 부동산 업계의 한 관계자는 “삼성이 팔았던 빌딩을 다시 사용한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며 “특히 부영태평빌딩의 공실이 아직까지 상당히 많은 가운데 에스원이 높은 수수료를 받고 부영태평빌딩 임대차를 맡고 있어 향후 삼성그룹 계열사들이 추가로 부영태평빌딩을 사용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이 같은 삼성그룹의 움직임을 두고 일각에서는 삼성이 강남에서 도심으로 다시 거점을 옮기기 시작했다는 설익은 관측도 내놓고 있다. 삼성은 2008년 강남역에 위치한 삼성타운 조성 이후 그룹의 컨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을 비롯한 주요 계열사들이 강남으로 옮겨갔다. 또한 부영태평빌딩뿐 아니라 태평로빌딩, 수송타워(현 수송스퀘어), 종로타워까지 그룹의 상징과도 같았던 도심의 자산을 연달아 매각했다. 이뿐만 아니라 삼성그룹이 태동했던 태평로 본관 빌딩마저 매각할 것이라는 얘기가 한때 돌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이 같은 흐름에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에스원이 이번에 부영태평빌딩 임대차계약을 추진하는 것뿐 아니라 1999년 준공된 종로타워 이후 도심에서 개발사업을 하지 않았던 삼성이 다시 대규모 개발사업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삼성생명은 서울 중구 순화동에 위치한 서소문빌딩(옛 중앙일보 사옥)의 재건축을 추진하고 있다. 서소문빌딩은 이병철 삼성 창업주의 혼이 깃든 호암아트홀이 들어서 있는 삼성그룹의 상징과도 같은 곳이다. 1987년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취임식이 호암아트홀에서 진행됐다. 반면 강남에서는 지난해 삼성물산(028260) 소유의 서초사옥 B동을 매각했다. 삼성전자(005930) 소유의 C동과 삼성생명 소유의 A동도 언제든지 매각될 수 있는 잠재적인 매물로 여겨진다. 실제 이재용 삼성그룹 부회장이 강남역 삼성타운에 대한 애착이 크지 않다는 얘기도 나온다. 한 예로 삼성전자는 이미 2016년 초 삼성전자 소유의 C동을 완전히 떠나 서초사옥 시대를 마감했으며 현재 C동에는 삼성생명·삼성증권·삼성자산운용 등 금융계열사들이 입주해 있다. 금융계열사들의 임대차계약도 내년 4월 말이 만기다. 부동산금융 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삼성물산이 소유한 B동을 매각할 당시 기관투자가들은 삼성화재의 임대차계약이 3년 정도밖에 남아 있지 않아 연장을 요구했으나 삼성에서 거절했다”며 “C동에 입주해 있는 금융계열사들도 임대차 기간이 길지 않아 매각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분기에 10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내는 삼성전자가 최대 2조원가량이 될 것으로 추산되는 부동산 매각을 서두를 이유가 없다는 의견도 나온다. 또 과거와 달리 최근 삼성그룹의 부동산 포트폴리오 변화에 큰 의미를 부여할 필요가 없다는 주장도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고(故) 이병철 명예회장이나 이건희 회장은 분명 부동산에 관심이 컸지만 이 부회장은 다르다”며 “이 부회장은 부동산이 아닌 그룹의 주력사업에 집중하는 경향이 강하다”고 전했다.

고병기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