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다보스포럼에 참석 중인 강 장관은 이날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핵무기와 탄도미사일을 포기하는 등의 구체적인 이행 방안에 관해 동의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강 장관이 완전한 비핵화 표현을 쓰지 않고 영변 핵시설 해체와 국제기구 사찰을 언급함에 따라 북미가 완전한 비핵화 대신 현재 핵시설 폐기에 초점을 맞춰 실무협상을 진행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오는 2월 말로 예정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간 2차 회담에서 완전한 비핵화는 후순위로 밀릴 수 있다는 얘기다.
강 장관은 “비핵화 단계에서 북한이 핵 능력을 완전히 공개하는 게 한 부분이 돼야 한다”면서도 “포괄적인 계획의 실행은 단계적으로 이행돼야 하고 서로 상응하는 양보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북한이 확실히 비핵화 트랙 위에 있다는 확신이 들 때만 제재 해제 논의를 시작할 수 있다고 본다”며 “그전에도 할 수 있는 다른 조치들이 많이 있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애써 분위기를 띄우고 있다. 그는 24일(현지시간) 트위터를 통해 2차 북미회담과 관련해 “조만간 있을 또 하나의 좋은 만남을 기대한다”며 “많은 잠재력이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나쁜 합의’에 대한 우려감은 커져가고 있다. 북한의 과거·현재·미래 핵을 모두 없애야 진정한 비핵화를 이룰 수 있는 한국의 입장은 좁아지고 있는 반면 북한이 원하는 상응조치에 대한 얘기는 대거 쏟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의 핵 협상 카드는 모호한 반면 북한이 요구하는 상응조치는 석유제한 완화, 개성공단·금강산 관광 재개, 북미관계 정상화, 평화협정 등 다양하다. 최근에는 북한이 원전 건설을 요구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김두연 신(新)미국안보센터(CNAS) 연구원은 미국핵과학자협회(BAS) 기고를 통해 북한이 새 원전 건설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미국 클린턴 행정부에서 국방장관과 대북특사를 지낸 윌리엄 페리 전 장관은 2차 북미정상회담에 기대감을 표하면서도 북한의 비핵화에 대해선 회의적으로 전망했다. 그는 2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미국 핵과학자 기자회견에서 “북한은 20∼30개 정도의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는 것 같다. 대부분은 중거리미사일이고 장거리미사일은 소수일 것”이라며 “북한은 자신들의 체제 안전 보장을 위해 핵무기들을 엄청난 비용과 어려움 속에서 보유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2차 정상회담이나 그 어떤 외교적 노력도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하도록 이끌 것이라고 보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