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최근 발표한 잔액기준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 개선에 따라 은행권의 연간 순이익이 1조3,000억원가량 낮아질 것으로 추산했다. 이는 국내 변동금리 가계대출의 70%가량을 차지하는 신규취급액 기준 코픽스 연동 대출의 절반이 잔액기준 코픽스 연동 대출로 전환된다는 가정에 따른 것이다. 특히 신규 코픽스 대출이 모두 잔액 코픽스 대출로 전환된다고 가정하면 은행들의 연간 손실액은 2조원을 넘길 것으로 예상했다. 코픽스는 국내 8개 은행의 자금조달 비용을 가중 평균해 은행연합회가 발표하는 수치로 변동금리대출의 기준금리 역할을 한다. 소비자는 신규취급액과 잔액기준 코픽스 중 하나를 선택한 뒤 여기에 연동해 대출을 받을 수 있다.
이에 앞서 금융당국은 코픽스 산정체계를 바꾸면서 0%대 금리인 요구불 예금을 은행 조달금리 안에 포함시켜 오는 7월부터 잔액기준 코픽스가 0.27%포인트가량 낮아질 것이라고 발표했다. 금리가 낮아지는 만큼 은행들이 이자를 덜 받게 돼 수익이 낮아지는 구조인 것이다. 최종구 금융위원장도 지난 25일 가계부채점검회의에서 “이번 금리체계 개선을 통해 금융소비자들에게 1조원 이상의 혜택이 돌아가게 됐다”고 밝혔다.
정부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도입, 주택담보대출 제한 등 각종 규제 대책을 내놓은 상황에서 금리까지 강제로 낮춤에 따라 은행의 수익성에는 빨간불이 들어왔다. 금융연구원은 최근 발간한 ‘2019년 은행산업전망 보고서’에서 대출 규제 등으로 인해 올해 국내 은행의 순이익이 2018년 추산치인 11조8,000억원보다 2조원가량 줄어들 것으로 발표한 바 있다. 여기에 ‘코픽스 쇼크’까지 겹치면 은행권 연간 수익은 8조원대로 낮아지게 된다. 시중은행의 한 고위 관계자는 “은행들이 이자 장사로 막대한 수익을 올린다는 선입견 속에서 정부가 온갖 규제를 쏟아내고 있다”며 “관치(官治) 금리까지 경영에 영향을 미치면 은행 건전성과 인력 운용에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코픽스 산정체계 변경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끊이지 않는다. 일부 은행들은 현재 은행연합회에서 발표하는 코픽스보다 자체 조달 금리가 더 높기 때문에 정부 개입에 따라 코픽스가 낮아지더라도 그만큼 가산금리(리스크 프리미엄)를 인상해 금리가 인상되지 않도록 방어해야 한다는 논리를 펼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금융당국은 이 같은 주장에 대해 설득력이 낮아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금융위의 한 관계자는 “은행들이 자체적으로 수립한 조달금리 기준을 보면 은행채 금리나 정기예금 금리를 조달금리라고 설정해두는 등 주먹구구식인 곳이 많다”며 “어떻게 계산하더라도 조달금리가 코픽스보다 높은 경우는 없어 리스크 프리미엄을 인상할 근거가 없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제시한 0.27%포인트만큼의 금리 인하 효과를 가시적으로 보여주라는 압박인 셈이다.
금융권에서는 은행들이 정부 압박에 따라 잔액기준 코픽스 연동 대출 금리를 내리면 다른 변동금리 대출의 금리도 내릴 수밖에 없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은행들은 리스크 회피를 위해 잔액기준 코픽스, 신규취급액 코픽스, 양도성예금증서(CD)금리 연동 대출 등을 섞어 팔아야 하는데 잔액기준 코픽스로 쏠림 현상이 나오지 않게 관리하려면 다른 상품들도 금리를 낮출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정부가 이번에 중도상환수수료도 최대 0.3%포인트 인하함에 따라 낮은 금리로의 고객 이동은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