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를 닷새 앞두고 한우 산지인 경기도 안성에서 구제역이 발생해 지역 축산인들의 근심이 깊어지고 있다. 특히 설 대목을 코앞에 두고 출하마저 막히면서 구제역이 확산하지 않기를 바라고 있다. 미양면에서 육우 1,000여두를 키우는 최모(51)씨는 “너무 심란하다”며 “설 대목에 출하를 앞둔 소를 그대로 농장에 두고 정밀 검사만 하고 있자니 착잡한 심정”이라고 토로했다.
축산인들은 설 대목 출하 길이 막힌 것도 문제지만 소를 살처분하게 될까 봐 노심초사다. 구제역이 발생한 농장 근처 농장주 김모(68)씨는 “작년 11월에 수천만 원을 들여 송아지 30여두를 입식했는데 예방적 살처분 대상에 포함될까 봐 걱정”이라며 “특히 송아지는 면역력이 낮은 편이어서 세심하게 관찰하고 있다”고 전했다. 금광면에서 젖소 110여두를 키우는 이모(60)씨는 “착잡하고 걱정돼서 밤에 잠을 못 이뤘다”며 “금광면에서는 구제역이 발생한 적이 없는데 이번이 처음이어서 그런지 더 충격이다”고 말했다.
안성지역 축산인들은 혹여 구제역 확산의 진원지라는 오명이 붙을까 자녀들에게 이번 설엔 고향에 오지 말라는 전화를 돌리고 있다고 한다. 더구나 이곳에서 11㎞ 떨어진 양성면 방축리의 한 한우농장에서도 구제역 의심신고가 접수됐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축산인들의 불안감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특히 해당 한우농장은 주변에 축산 농장이 밀집한 곳이어서 구제역 확산 위험이 큰 상황이다.
29일 오전 구제역 발생 농장을 찾은 우석제 안성시장은 “축산업에 종사한 사람으로서, 가축이 병이 들면 농장주는 자식이 아픈 것처럼 마음이 아프기 마련”이라며 “철저한 방역으로 구제역 확산을 막아 축산인들의 시름을 덜겠다”고 위로했다.
한편 농림축산식품부는 대규모 이동이 예상되는 설 연휴를 며칠 앞둔 상황인 만큼, 앞으로 3주간의 대응이 구제역 확산의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현정 인턴기자 jnghnjig@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