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올해 발레 기대작, 韓 정서 담았다…우리 이야기, 서양의 몸짓을 만나다

■올 주요 발레단 라인업

국립발레단 '호이 랑'

진취적 女, 남장한채 전쟁 업적

유니버설발레단 '심청''춘향'

동서양 조화 환상, 레퍼토리作

유니버설발레단의 창작 발레 ‘심청’ /사진제공=유니버설발레단유니버설발레단의 창작 발레 ‘심청’ /사진제공=유니버설발레단




유니버설발레단의 창작 발레 ‘춘향’ /사진제공=유니버설발레단유니버설발레단의 창작 발레 ‘춘향’ /사진제공=유니버설발레단


프렐조카주 발레단의 최신작 ‘프레스코화’ /사진제공=LG아트센터프렐조카주 발레단의 최신작 ‘프레스코화’ /사진제공=LG아트센터


이스라엘 출신의 최정상 안무가 오하드 나하린의 ‘Minus7’ /사진제공=유니버설발레단이스라엘 출신의 최정상 안무가 오하드 나하린의 ‘Minus7’ /사진제공=유니버설발레단


튀튀 대신 곱디고운 한복 자락을 휘날리며 우리 정서와 이야기를 풀어내는 발레 무대는 재미와 동시에 묘한 자부심을 안겨준다. 물론 작품의 완성도에 따라 만족도도 달라지겠지만 국립발레단의 ‘왕자 호동’과 ‘허난설헌-수월경화’ 유니버설발레단의 ‘춘향’과 ‘심청’처럼 각 발레단에는 서양 발레의 몸짓에 한국 관객들에게 익숙한 이야기를 접목한 수작들이 여럿 있다.

한국색 짙은 여성 스토리 봇물




유독 한국적 색채 가득한 발레 작품을 좋아하는 관객이라면 올해 주요 발레단 라인업을 주목할만하다. 국립발레단의 신작부터 올해 창단 35주년을 맞은 유니버설발레단까지 대표작으로 우리 이야기의 정수를 보여줄 K-발레를 준비했기 때문이다.

올해 5월(여수·울산)과 11월(서울) 국립발레단은 지극한 효심과 애국심을 지닌 여성 ‘랑’이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어 성장하는 이야기를 담은 창작 발레 ‘호이 랑’을 선보인다. 재작년 ‘허난설헌-수월경화’를 통해 안무가로 입지를 굳힌 강효형 단원이 두 번째로 발표하는 전막 발레로 사랑과 이별을 주로 다룬 발레 작품의 전형성을 탈피한 것이 특징이다. 특히 주인공 랑은 발레 작품에선 보기 드문 진취적인 여성으로 남장을 한태 전쟁에 나가 업적을 쌓는 강인한 캐릭터로 묘사된다.


올해 창단 35주년을 기념해 발레 대작 ‘해적’을 마린스키 버전으로 선보일 예정이었던 유니버설발레단은 발표 시기를 잠정 연기하는 대신 발레단 대표 레퍼토리인 ‘심청’과 ‘춘향’으로 팬들의 마음을 달래기로 했다. ‘춘향’은 한국적 소재를 서양의 발레에 접목시켜 만든 유니버설발레단의 두 번째 창작 작품으로 지난해 공연에선 개막 한 달 전 전석 매진을 기록할 정도로 팬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 이 작품은 드라마틱한 스토리에 차이콥스키의 선율, 이에 맞춤한 발레 안무와 세련된 한복 의상이 완벽하게 어우러져 자칫 지루하거나 어색할 수 있다는 K발레에 대한 편견을 여지없이 깨뜨리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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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청’ 역시 동서양의 아름다운 조화를 엿볼 수 있는 수작이다. 1986년 탄생해 올해로 33주년을 맞은 이 작품은 아시아를 넘어 미주, 유럽, 중동까지 진출하며 발레 한류의 선두 역할을 하고 있다. 한국적인 정서와 서양 발레의 아름다운 조화가 극치를 이루는 두 창작발레는 오는 10월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나란히 무대에 오를 예정이다.

‘프레스코화’ 등 모던발레도 주목



올해는 모던발레 작품도 여러 편 준비됐다. 클래식 발레의 우아함과 현대무용의 파격이 조화를 이룬 작품들로 프랑스 무용을 대표하는 ‘프렐조카주 발레단’(안무가 앙줄랭 프렐조카주)이 11월 LG아트센터에서 최신작 ‘프레스코화’를 무대에 올린다. 안무가 프렐조카주는 우아하면서도 관능적인 움직임, 독특한 미학과 파격적인 해석, 뛰어난 안무 테크닉 등으로 데뷔하자마자 단번에 무용계의 주목을 받은 프랑스 대표 안무가로 ‘로미오와 줄리엣’ ‘스노우 화이트’ 등 오랜 고전을 전복한 작품으로 늘 관객들에게 충격을 줬다. 이번에 선보일 ‘프레스코화’는 중국의 설화집 ‘요재지이(聊齋志異)’에 수록된 ‘벽화’ 이야기를 모티브로 한 작품으로 오래된 절을 방문한 한 남자가 벽에 그려진 긴 머리의 여인에게 매혹되어 그림 속 세계로 빨려 들어간다는 이야기다.

올해 두 차례 발레 갈라 공연을 예고하고 있는 국립발레단은 오는 9월 정형화된 움직임을 벗어나 동시대적 움직임으로 가득 채운 ‘이브닝 갈라’(가제)를 선보일 예정이다. 클래식과 드라마 발레에 집중해온 발레단이지만 이번 무대에서는 모던 발레의 미니멀리즘과 독특한 무대 문법으로 관객들을 만난다.

유니버설발레단도 오는 6월 제9회 대한민국발레축제 참가작으로 모던 발레 작품을 내걸었다. 1부는 재독 안무가 허용순의 신작, 2부는 이스라엘 출신의 최정상 안무가 오하드 나하린의 ‘Minus 7’로 구성했다. ‘Minus7’은 오하드 나하린이 기존 레퍼토리를 재구성해 유니버설발레단과 함께 2006년 국내 초연한 작품으로 관객들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몸짓으로 모던 발레 미학을 무대 위에 흩뿌릴 예정이다.


서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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