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30일 삼성전자 화성사업장을 방문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간담회를 열었다. 이날 이 부회장은 사회적 책임을 강화해달라는 민주당의 요청에 “삼성 반도체는 우리 사회의 소중한 자산”이라며 “협력 업체에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하되 정부에 건의할 것은 건의하겠다”고 말했다. ★ 관련 기사 12면
홍 원내대표를 포함한 민주당 원내지도부는 이날 오후 삼성전자 화성 비메모리사업장을 방문해 이 부회장과 함께 반도체 공장과 전시장을 둘러봤다. 지난 15일 청와대에서 열린 기업인과의 대화에서 이 부회장이 문재인 대통령과 만나 기업 현장을 방문해달라고 요청한 데 대해 여당 지도부가 보름 만에 응답한 것이다. 이들은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전시장을 둘러봤다. 정승은 삼성전자 사장이 “스마트폰에 80여개의 칩을 빼면 껍데기만 남을 정도로 반도체 없이는 불가능한 세상”이라고 설명하자 이 부회장은 “배터리도 있고 디스플레이도 있다”고 농담을 건네기도 했다.
이후 진행된 간담회에서 홍 원내대표는 “자원도 없는 나라에서 반도체 1위라는 쾌거를 이룬 것은 삼성 같은 기업들의 성공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국민들이 삼성을 많이 응원하고 기대하고 있다”며 이 부회장을 치켜세웠다. 그러면서도 “삼성은 한 개의 기업이 아니라 한국 경제 전체를 이끌어가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에 상생 문제에 더 많은 역할을 해주시면 세계 1등으로 가는 데 훨씬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 안전 문제 등에 대해 삼성이 모범을 보여야 국가적으로 산업 안전 보건의 진전이 있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일자리 창출을 당부하기도 했다. 그는 “삼성에서 소프트웨어 전문인력 1만명가량을 육성한다고 하는데 10배 정도 늘려줬으면 좋겠다”며 “삼성 같은 기업에서 배우고 전문성을 습득한 우수 인재를 육성하는 게 국가적으로 대단히 중요하다”고 했다. 이에 대해 이 부회장은 비공개로 전환된 간담회에서 “삼성 반도체를 우리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사회의 소중한 자산이라고 생각한다. 많은 협력업체에 혜택이 돌아갈 수 있게 하겠고 정부에 건의할 것은 하겠다”고 말했다고 권미혁 원내대변인이 전했다. 삼성 측은 추후 건의사항 등을 서면으로 작성한 뒤 민주당에 전달해 관련 문제를 논의할 계획이다.
민주당은 이번 현장방문을 재계와 삼성의 오해를 불식시키는 계기로 활용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 여당이 추진하는 공정경제, 포용적 성장 기조가 기업을 옥죄는 것 아니냐는 산업계의 오해를 풀기 위한 차원이라는 분석이다. 또 “삼성이 협력업체를 쥐어짜 1등 기업이 됐다”는 홍 원내대표의 지난 발언으로 불거졌던 오해도 이번 만남이 성사된 배경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한편 여당에 앞서 정부도 새해를 기점으로 기업현장 방문, 혁신성장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기업인들과의 대화에서 “정부가 여러분의 목소리에 더 귀를 기울이고 현장의 어려움을 신속하게 해소하는 데 힘쓰겠다”고 약속한 데 따른 후속조치로 보인다. 이낙연 국무총리의 행보가 대표적이다. 이 총리는 앞서 지난 10일 삼성전자 수원사업장을 방문해 이 부회장과 간담회를 한 데 이어 30일 현대자동차 연구소를 방문해 정의선 수석부회장과 만났다. /화성=하정연기자 ellenaha@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