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금융, 신남방정책 든든한 파트너로] 경쟁사 문닫는 점심때 업무·5분내 계좌 개설...韓은행의 역발상

<1> 차별화로 동남아 마음 연 은행들

자카르타 KEB하나銀 '카페 같은 지점' 내세워 고객 유치

호치민 신한銀, 지점 규제에 ATM 늘려 영업망 한계 극복

국내은행 핀테크로 젊은층 사로잡고 현지인 점장 확대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의 KEB하나은행 지점에서 직원이 태블릿피씨로 고객과 상담하고 있다./황정원기자인도네시아 자카르타의 KEB하나은행 지점에서 직원이 태블릿피씨로 고객과 상담하고 있다./황정원기자



# 지난 25일 점심시간에 찾은 베트남 호찌민의 한 신한은행 지점. 주변의 경쟁 은행과 달리 점심시간에도 문을 여는 이곳은 현지 고객들로 발 디딜 틈 없이 붐비고 있었다. 베트남에서는 정오부터 1시간 동안 은행 점포를 운영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신한은행은 이를 거스른 차별화 전략으로 효과를 톡톡히 봤다.

# 30일 방문한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남부의 중앙상업지구(SCBD)에 있는 KEB하나은행 인도네시아 에퀴티타워 브랜치는 커피숍인지 은행 지점인지 구분이 되지 않는다. 점포와 함께 하나라운지가 있어 한쪽은 일반 은행과 유사하면서도 다른 한쪽에는 커피를 마시는 고객들에게 직접 직원들이 태블릿PC를 들고 와 상담을 하고 있다. 벽에는 5분 이내에 계좌 개설이 되지 않으면 무료 커피를 제공한다는 문구가 붙어 있다. 실제 상담을 시작할 때 모래시계로 시간을 측정한다. 릴리아 누즐 카리마 하나은행 에쿼티타워지점장은 “카페가 옆에 있으니 일반인들도 쉽게 접근해 영업이 쉬워졌다”며 “점심시간에는 기다리는 줄이 수십명에 달할 정도”라고 말했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은행들이 글로벌 격전지인 동남아시아에서 저마다의 생존전략을 펼치며 사업을 뿌리내리고 있다.

인도네시아 하나은행은 빠르고 편리한 서비스를 앞세워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자본금 기준으로 인도네시아에서 영업하는 115개 은행 중 29위(BUKU 레벨3)며 내년까지 20위 이내에 들어가는 것이 목표다. 리테일(개인고객) 비중은 30%이며 한국 기업 비중도 30% 이내다. 기존 기업금융과 중소기업(SME) 대출 위주에서 개인금융으로 사업영역을 적극 확대하며 현지에서 입지를 굳히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통상 1시간이 넘게 걸리던 입금·출금·송금을 5분 안에 되도록 했다. 특히 수마트라·칼리만탄·술라웨시 지역 등의 거점점포에 마련된 하나라운지에서는 예금 잔액에 따라 1억루피아(약 800만원) 이상은 한 달에 22잔, 1,000만루피아(약 80만원) 이상은 한 달에 4잔의 무료 커피를 제공한다. 이를 토대로 메단 지역 지점의 경우 오픈한 지 1년 반 만에 1조루피아(약 800억원)의 수신을 달성하는 성과를 올렸다. 개인고객 수도 2016년 말 7만9,000명에서 지난해 8월 말 기준 14만9,000명으로 두 배가량 늘었다. 자산 성장률은 13%에 달한다. 이화수 KEB하나은행 인도네시아 행장은 “가장 큰 경쟁력은 정보기술(IT)과 손님 중심적인 마인드”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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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은행도 다양한 차별화 전략을 선보이고 있다. 외국계 은행으로서 부족한 영업망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벤탄시장이나 센텍타워 등 호찌민의 랜드마크에 설치한 자동화기기(ATM)는 이용 고객이 끊이지 않았다. 현지 금융당국의 규제로 지점 증설에 제한이 있는 만큼 ATM 등 대체재로 보완하겠다는 것이다.

국내 은행들의 현지화 전략도 눈에 띈다. 30곳의 지점을 운영 중인 신한베트남은행은 현지인 지점장을 18명이나 기용하고 있으며 직원 1,700여명 가운데 현지인 비중이 97%에 달한다. 베트남우리은행도 직원 306명 중 현지인 비중이 90%를 차지하고 있다. 이 때문에 현지 기업들도 국내 은행을 찾을 정도다. 김영원 신한은행 호찌민 글로벌투자은행(GIB)데스크 담당 부장은 “동남아에서 기업금융을 확대한다는 것은 우리의 선진금융을 소개하는 동시에 외투를 촉진하는 역할”이라며 “현지 외국계 1위 은행으로 등극한 뒤로 기업금융 관련 문의가 크게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베트남에서는 젊은 고객을 사로잡기 위한 핀테크 업체와의 협업도 눈에 띈다. 26일 찾은 베트남 호찌민의 미니스톱 편의점 계산대에는 모모(MoMo)로 간편하게 결제하라는 내용의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모모는 현지 4대 은행의 고객 수와 비슷한 수준인 1,000만명의 고객을 확보한 현지 1위 모바일 간편결제 플랫폼으로 베트남의 알리페이로 불린다. 신한은행은 모모와 손잡고 비대면 대출상품을 출시했다.

이처럼 국내 은행들이 동남아에 공을 들이는 것은 동남아가 규제가 심한 중국의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기 때문이다. 베트남이 지난해 7%의 경제성장률로 중국(6.6%)을 제치는 등 고도성장을 구가하고 있는데다 금융 서비스의 접근성이 낮아 향후 예금 및 대출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전망돼서다. 글로벌핀덱스데이터베이스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성인의 은행 계좌 보유 비중이 베트남은 30.8%, 필리핀은 34.5%, 인도네시아는 49.9%로 매우 낮은 편이다.

신남방 순풍을 타고 국내 은행들은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등지에서 주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국내 은행의 해외 점포 자산 규모 성장률(2016년 대비 2017년 기준)은 중국의 경우 12.1%에 그친 반면 인도네시아 21.2%, 베트남은 18.9%를 기록했다. /자카르타=황정원기자 호찌민=김기혁기자 garden@sedaily.com

김기혁·황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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