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대기업에 취업 강요" 공정위 전 부위원장 재구속

징역 1년6개월 실형…정재찬 전 위원장은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

‘외부 출신’ 노대래·김동수 전 위원장은 무죄…지철호 현 부위원장도 무죄

막강한 규제 권한을 악용해 대기업에 퇴직 간부들을 채용하도록 강요한 혐의로 기소된 정재찬 전 공정거래위원장이 3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막강한 규제 권한을 악용해 대기업에 퇴직 간부들을 채용하도록 강요한 혐의로 기소된 정재찬 전 공정거래위원장이 3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기업에 퇴직 간부 채용을 강요한 혐의로 기소된 공정거래위원회 전직 위원장·부위원장들 대다수에게 무죄나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그들 중 김학현 전 부위원장만 실형을 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성창호 부장판사)는 31일 업무방해와 뇌물수수 등의 혐의로 재판을 받은 김학현 전 공정위 부위원장에게 징역 1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이에 따라 보석이 취소돼 김 전 부위원장은 재수감됐다.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된 정재찬 전 공정위원장은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신영선 전 부위원장에게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았다. 반면 ‘외부 출신’인 노대래·김동수 전 위원장에게는 무죄 판결이 내려졌다.

이들은 2012년부터 2017년까지 공정위에서 근무하며 퇴직 예정인 간부들을 채용하도록 민간기업에 압력을 넣은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운영지원과장과 부위원장 등이 기업 고위 관계자를 만나 직접 채용을 요구했으며, 마치 기업을 유관기관처럼 대하며 채용 시기·기간·급여·처우 등도 사실상 직접 결정한 것으로 확인했다. 검찰에 따르면 강요를 못 이겨 16곳의 기업이 공정위 간부 18명을 채용했고, 임금으로 총 76억원을 지급했다. 재판부는 “공정위 관련 현안이 늘 있는 기업들은 공정위의 취업 요구를 어기기 쉽지 않았을 것이고, 더구나 공정위에서 먼저 취업을 요청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며 공정위가 기업들에 ‘위력’을 행사한 것이라고 봤다.


그러나 재판부는 개별 간부들의 관여한 정도에 차이가 있다고 판단했다. 공정위에서 오래 근무한 사람인지, 혐의가 있던 시기에 어떤 직급에 있었는지에 따라 재판부의 유·무죄 판단은 달라졌다. 재판부는 공정위 내부의 업무 절차가 인사 등을 담당하는 운영지원과장과 부위원장이 퇴직자의 취업 문제를 상의하고 결정해 위원장에게 보고하는 구조라고 봤다. 따라서 이 시기 부위원장이던 김학현·신영선 전 부위원장과 정재찬 전 위원장은 채용 강요 혐의에 공범으로서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관련기사



뿐만 아니라 그 구조를 잘 알고 있는 공정위 ‘내부’ 사람인지도 재판부 판단에 중요한 요소였다. 정재찬 전 위원장의 경우 불법 취업이 위원장으로 재직하던 시기에 이뤄졌음에도 유죄가 내려졌다. 재판부는 “구체적으로 보고받지는 않았더라도 이전에 그와 같은 업무를 처리한 경험에 비춰 이를 승인해 범행에 관여했다”고 밝혔다. 반면 김동수·노대래 전 위원장은 ‘공정위 내부 출신’이 아니라는 이유로 공모했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 재판부의 판단이다. 재판부는 “공범으로 인정받으려면 공정위에서 먼저 기업에 자리를 요구한다는 등의 사정을 알고 이를 토대로 기업에 추천한 것이 인정돼야 한다”며 “이런 사정을 상세히 알고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재취업의 ‘보고 라인’이 아니었던 한모 전 공정위 사무처장에게도 무죄 판결이 내려졌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공정위 핵심 간부로서 자유로운 경쟁을 추진해 균형 발전을 도모할 책무를 부여받았음에도 오히려 조직 차원에서 영향력을 이용해 취업 자리를 마련하고 관리했다”며 “이에 상응한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꼬집었다. 다만 “잘못된 관행의 문제점을 짚어내지 못하고 편승한 것으로 위법하다는 인식은 상대적으로 크지 않고, 개인적 이익을 위해 범행을 저지르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했다”고 부연했다.

이에 따라 대기업에 자녀 취업을 청탁해 뇌물수수 혐의도 받고 있는 김학현 전 부위원장에게만 실형이 내려졌고, 나머지 간부들의 형 집행은 유예됐다. 재판부는 운영지원과장을 지낸 전 간부 2명에게도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 밖에 공직자윤리위원회 심사를 받지 않고 취업 제한 기관에 취업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직 공정위 간부 중 일부에게는 300만∼50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했다. 이 혐의로 같이 기소된 지철호 현 부위원장의 경우엔 “취업한 중소기업중앙회가 당시 법령상으로는 취업 제한 기관이라 인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무죄 판결이 내려졌다. 김학현 전 부위원장도 제한기관 취업 혐의는 무죄를 선고 받았다.
/박원희 인턴기자 whatamove@sedaily.com

박원희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