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가 연초부터 예기치 못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경계론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코스피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이 다시 10배를 넘어서는 등 저평가 매력이 사라진데다 언제든지 차익실현으로 인한 숨 고르기 장세가 나타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과거 설 연휴를 앞두고 증시가 하락하는 경향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외국인들의 대규모 순매수에도 아랑곳없이 기관투자가들이 매도를 계속하고 있다는 점도 눈여겨볼 부분이다.
31일 코스피지수는 외국인 순매수(2,825억원)에도 0.06% 내린 2,204.85에 장을 마감했다. 외국인이 이달 총 4조501억원을 사들이면서 코스피지수가 9.69%나 올랐지만 잠시 숨을 고르는 모양새다. 2월 장세에 대한 경계론도 여전하다. 우선 기관이 좀처럼 움직이지 않고 있다. 이달 기관은 8,401억원 순매도했다. 증권가에서는 지난해 10월 급락장에서 손해를 본 기관이 쉽사리 나서지 못하고 관망하고 있는 것으로 본다.
기관이 우려하는 요인 중 하나로는 중국 등 신흥국과 묶어 한국으로 유입되고 있는 외국인 패시브 자금이 언제든 돌아설 수 있다는 점이다. 경제지표·기업실적 부진, 무역분쟁 등의 변수가 여전하기 때문이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코스피의 거침없는 상승세가 계속된 만큼 잠시 쉬어갈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할 시점”이라며 “코스피의 저평가 매력이 상당 부분 희석되면서 투자심리 변화에 따라 언제든 차익실현 국면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코스피의 12개월 선행 PER은 지난해 하반기 증시 부진으로 8배 이하까지 떨어졌지만 지난 30일 기준 다시 10.37배까지 올라섰다.
과거 명절 연휴를 앞두고 증시 상승이 둔화되는 경향이 자주 관측됐다는 점도 경계를 늦추기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다. 이베스트투자증권에 따르면 국내 증시는 설·추석 등 명절 연휴 전 상승세가 둔화되는 추세를 보였다. 연휴 동안 해외에서 이벤트가 발생해도 국내에서 대응하기 어렵다는 불확실성 때문으로 분석된다.
다만 30일(현지시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비둘기파적인 입장을 강조하면서 신흥국으로의 자금 유입이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오태동 NH투자증권 투자전략부장은 각국 정부가 경기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부양책을 펼쳐 주식시장을 상승세로 되돌렸던 2016년 장세를 예로 들며 “증시 상승으로 밸류에이션이 오르고 있지만 미국 연준이 통화완화에 대한 의지를 밝히면서 높아진 밸류에이션을 보완해줄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단기적으로 가파른 증시 상승이 부담스러울 수 있겠지만 상승 흐름이 더욱 탄탄해질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재선 KTB투자증권 연구원도 “코스피 12개월 선행 PER이 빠르게 올랐지만 여전히 여타 신흥국 증시보다는 낮은 수준”이라며 “중국의 추가 부양정책, 미국의 금리 인상 속도 둔화 등이 부각되며 펀더멘털 부진을 일부 상쇄할 것으로 전망되며 기업 실적 부진도 이미 시장에 반영돼 영향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