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보험 안팔려...생보 빅3 "올해도 마이너스 성장"

보장성 보험 판매 지속 감소에

목표 성장률 첫 마이너스 책정

"내수 부진에 서민지갑 닫힌 영향"




삼성생명 등 국내 빅3 생보사들이 연초부터 일제히 경비절감 등 비상경영에 돌입한 가운데 올해 성장 목표도 전년 대비 낮춰 잡은 것으로 확인됐다. 국내 보험시장 포화로 매년 신규 매출이 하락하고는 있지만 목표치 자체를 전년 대비 ‘마이너스’로 설정하기는 이례적이다. 생보사들이 최근 4년간 매출 역성장이 고착화되면서 아예 이 같은 추세를 반영해 현실적인 목표치를 내건 것으로 풀이된다. 일부에서는 내수 침체로 서민들의 지갑마저 닫히면서 보험시장의 역성장 추세는 더 가팔라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생보 빅3에 이어 중소 생보사들의 생존 위기감은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3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생명과 한화생명 등 주요 생보사들은 월납 초회보험료 기준 올해 영업 목표를 전년 대비 -2~-3%대 수준으로 잡은 것으로 나타났다. 초회보험료는 고객이 보험에 가입하고 처음 납입하는 보험료로 성장성을 판단하는 핵심 지표다. 삼성생명의 경우 지난 2014년을 정점으로 매년 초회보험료가 감소해왔지만 성장 목표를 마이너스로 설정한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대형 생보사의 한 관계자는 “올 생보 시장도 지난 몇 년간처럼 역성장이 예견되고 있지만 빅3 생보사가 일제히 내부 성장 목표를 마이너스로 잡은 것은 흔치 않은 사례”라며 “생보사 내부에서는 지난해 대비 2% 정도의 보험료 매출 감소가 있어도 경쟁사 대비 선방했다는 분위기가 나오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실제 최근 보험연구원이 낸 자료에도 올 생명보험 수입보험료는 전년 대비 3.8% 감소할 것으로 나와 있다.


생보 빅3가 전년 대비 내부 성장 목표까지 낮춰 잡은 것은 시장포화에다 내수위축 영향 등의 구조적인 영향으로 더 이상 보험이 팔리지 않는 상황이 고착되고 있다는 현실을 반영했다는 분석이다. 특히 새 회계기준인 IFRS17 도입으로 부채로 인식되는 저축성 보험을 아예 팔지 못하면서 이 같은 성장 위축 흐름은 더 가팔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 삼성생명의 경우 변액보험과 퇴직연금 등을 제외한 일반계정 기준 초회보험료는 2015년 2조4,700억원에서 2016년 1조4,675억원, 2017년 1조3,954억원으로 계속 감소해왔다. 지난해 10월 말 기준 삼성생명의 초회보험료는 1조2,000억원으로 연말까지 수치를 합해도 전년과 비슷한 제로 성장을 기록하거나 낮게 나올 수 있다는 관측이다. 2014년을 정점으로 최근 4년간 초회보험료 수입이 계속 내리막을 걷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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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하반기를 목표로 기업공개(IPO)를 추진 중인 교보생명도 대외적으로는 1~2% 등 소폭 성장하는 목표를 세웠지만 내부에서는 0% 성장만 해도 선방하는 것이라는 분위기가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험업계의 한 관계자는 “IFRS17 도입으로 보장성 보험 판매에 매달렸는데 더 이상 판매가 늘어나지 않으면서 생보사들이 역성장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국내 10대 생보사들이 지난해 9월 기준 보장성 보험에서 거둔 초회보험료는 총 7,326억원인데 전년 같은 기간(9,406억원) 대비 22.1%나 감소했다. 한화생명은 같은 기간 1,933억원에서 1,122억원으로 42% 급감했고 교보생명은 1,931억원에서 1,335억원으로 30.9%(596억원) 줄었다.

보장성 보험의 역성장이 이어지면서 생보사들의 영업지표는 물론 재무 건전성 지표인 지급여력(RBC)비율도 지난해보다 하락할 가능성이 커졌다. 더구나 중소형 보험사들의 생존위기도 점점 커질 수 있다.


박진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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