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종목·투자전략

[시그널] '오일머니' 품은 현대重, 대우조선 인수 목적은 '중동시장 공략'

대우조선, 중동 시장 점유율 압도적

아람코, 현중·대우조선 합종연횡 투자

산은, '수의계약' 이례적…지분스왑, 2대 주주로 남을 듯




‘사우디 오일머니’를 품은 현대중공업(009540)이 중동시장을 타겟으로 대우조선해양(042660)을 인수한다. 현대중공업은 대우조선해양이 중동 수주 물량에 강점이 있다는 점에 매력을 느껴 인수를 결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현대오일뱅크의 2대 주주에 오른 사우디 국영기업 아람코의 전폭적인 지원과도 연관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31일 금융투자(IB)업계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이날 현대중공업그룹의 대우조선해양 인수와 관련해 이사회를 개최했다. 매각대상은 산은이 가진 대우조선의 지분 55.7%로 지분가치는 2조1,000억원 수준이다. 거래구조는 현대중공업그룹과 산업은행이 주식교환 또는 신주발행 등을 추진하는 방식으로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산은은 2대 주주로 대우조선을 산하에 둘 것으로 보인다.


현대중공업그룹이 대우조선의 인수를 적극 타진한 데는 중동 시장을 확대하기 위해서다. 현대중공업이 전 세계적인 수주 잔량 면에서는 대우조선을 앞서지만 중동시장의 상황은 다르다. 반면 대우조선은 중동시장에서 입지가 탄탄하다. 조선업에 정통한 관계자에 따르면 “중동시장에서는 발주 물량을 배분할 때 대우조선, 삼성중공업, 현대중공업 순”이라며 “대우조선이 중동의 물량들을 1순위로 전담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현대중공업은 대우조선이 강점을 갖고 있는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분야에서도 매력을 느낀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LNG 글로벌 물동량은 미국의 적극적인 에너지 수출 기조와 중국의 친환경 에너지 소비정책 등으로 크게 늘었다. LNG선 운임도 급등하고 있다. 이 시장에서 한국 조선업계가 90% 이상의 점유율을 선점하고 있는 가운데 중동 물량은 대우조선이 압도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다.


카타르가 갖고 있는 LNG선박 30척이 모두 대우조선 수주 물량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대우조선은 국내 빅3 조선업체 가운데 최초로 오세아니아 지역 선주사와 초대형원유운반선(VLCC) 4척의 계약을 따내는 등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지난 28일 타밈 빈 하마드 알사니 카타르 국왕이 방한해 정상회담 당시 발주 의향을 밝혔던 한국산 LNG선 60척도 대부분을 대우조선해양이 가져갈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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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인수과정에서 현대오일뱅크의 2대 주주인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아람코의 의사도 적극 개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8일 아람코는 현대오일뱅크의 지분 20%를 1조8,000억원에 인수했다. 이 인수대금이 대우조선 거래에 사용될 경우 아람코는 세계 1위 조선업체와 2위 업체 간 합종연횡에 투자를 집행, 석유 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다. 크레딧스위스(CS)는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할 경우 글로벌 시장 점유율이 20%로 높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대형 유조선이나 가스 운반선의 시장점유율은 각각 30%, 60% 이상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 인수에 정부의 의지도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대우조선은 지난 2008년 한화의 인수가 무산된 데 이어 수차례 인수·합병(M&A)시장에 매물로 등장했으나 업황부진, 재무구조 악화 등의 이유로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에 수조 원대 달하는 금액을 지원받아왔다. 대우조선의 지분이 산업은행의 골칫덩이였을 수 밖에 없을 터.

그렇다 하더라도 대우조선을 공개경쟁입찰 방식이 아닌 수의계약 방식으로 매각하는 것이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산업은행은 현대중공업이 인수를 한 차례 제안했을 때는 형평성이 어긋날 뿐 아니라 독과점 이슈 등으로 거절했지만, 연말부터 다시 거래가 진행됐다”고 말했다.

박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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