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의 유명 클럽 ‘버닝썬’ 폭행 사건에서 피해자라고 주장한 20대가 1일 오전 성추행과 업무방해 등 혐의의 피의자로 경찰에 출석하라는 통보를 받았다. 그는 폭행을 당했다고 신고했다가 도리어 경찰에 폭행당하고 입건됐다고 주장해 왔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이날 오전 10시 김모(28) 씨를 업무방해와 강제추행, 폭행, 쌍방폭행, 관공서 주취소란, 공무집행방해, 모욕 혐의의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한다. 그러나 김씨가 경찰에 출석할지는 확실치 않다. 김씨는 이달 22일 경찰 조사를 받던 중 “조사가 길어져 체력적으로 힘들다”며 귀가했고, 이후 경찰의 출석 통보에 “경찰이 제시한 증거가 조작됐다”며 응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는 지난해 11월 24일 오전 버닝썬에서 여성 2명을 추행하고 클럽 직원의 머리를 손으로 때리는 등 난동을 부린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성추행 시비 직후 다른 클럽 관계자 장 모씨로부터 폭행을 당하자 분개하며 버닝썬 앞에서 쓰레기통을 발로 차고 욕설하는 등 소란을 피우며 영업을 방해한 혐의도 있다. 이 밖에 출동한 경찰에 체포된 뒤 진술조서에 침을 뱉어 경찰관에게 던지고 욕설하는 등 관공소 주취소란과 공무집행방해 등의 혐의도 받는다.
애초 경찰은 업무방해와 관공서 주취소란 등 사건 당일에 소란을 벌인 혐의로만 김씨를 입건했다. 그러나 지난달 21일 “김씨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며 여성 2명이 고소하자 성추행 혐의도 수사에 나섰다. 김씨를 폭행한 혐의(상해)로 입건된 장씨는 경찰 조사에서 혐의를 모두 인정했다. 그는 “김씨가 여성 손님들을 추행해 시비가 생겼고, 이를 제지하다가 범행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건이 세간의 관심을 끌게 된 건 김씨가 인터넷 커뮤니티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등에 글을 올리면서다. 그는 글에서 ‘경찰관들이 버닝썬에서 뇌물을 받는지 조사해달라’고 호소했다. 김씨의 글에 따르면 사건 당일 버닝썬에서 한 여성이 클럽 직원에게 끌려가는 것을 발견하고 김씨는 여성을 도와주려다가 직원에게 폭행당했다. 출동한 경찰은 아무런 이유 없이 피해자인 자신을 폭행하고 입건했다는 게 김씨의 주장이다. 김씨의 주장은 온라인 상으로 널리 퍼져 그가 올린 청원이 하루 만에 20만 명 이상의 동의를 받았다.
경찰은 과잉 진압 의혹에 대해 입장문을 내 “김씨가 소란을 부려 부득이 현행범으로 체포했고, 폭행했다는 주장은 사실무근”이라고 밝혔다. 김씨를 체포했던 역삼지구대 경찰관 2명은 김씨의 글에 자신의 실명이 거론됐다며 명예 훼손으로 김씨를 고소했다. /박원희 인턴기자 whatamov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