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에서 여성을 생리기간 동안 가족과 격리하는 ‘차우파디’ 관습으로 또다시 사망 사건이 발생했다.
네팔 서부 도티 지역에서 지난달 31일 21세 여성 파르바티 보가티가 연기가 가득 찬 오두막 안에 숨져있는 것을 시어머니가 발견했다고 AFP 통신과 뉴욕타임스 등 외신이 3일 보도했다.
생리 중이었던 보가티는 차우파디 관습에 따라 혼자 오두막에서 잠을 잤다.
경찰 관계자는 “추위 때문에 창문이 없는 오두막에 문을 닫고 불을 피워 연기 흡입과 질식 때문에 숨진 것으로 보인다”라고 언론에 밝혔다.
차우파디는 여성의 생리혈을 부정하게 여기는 힌두교 사상에 따라 생리 중인 여성이 음식과 종교적 상징물, 소, 남자와 접촉하는 것을 금지하고, 집 밖 외양간이나 창고 등에서 자게 하는 풍습이다.
보가티처럼 혼자 오두막에서 자는 여성이 추위를 이기려고 불을 피웠다가 연기에 질식해 숨지거나 독사에 물려 숨지는 등의 사건이 매년 끊이지 않았다.
여성이 오두막에 혼자 있는 동안 성폭행을 당하는 일도 빈번히 발생했다.
미국 국무부 인권보고서에 따르면 2010년 기준으로 15∼49세 네팔 여성 19%가 차우파디를 겪었으며, 중부와 서부 등 일부 지역에서는 이 비율이 50%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네팔 사법당국은 2005년 차우파디를 불법으로 규정했지만, 서부지역 등에서는 여전히 이 관습이 이어지고 있다.
3주 전에도 바주라 지역 인근에서 한 여성과 두 아들이 차우파디 관습을 지키다 연기에 질식해 숨졌다.
이 사건은 각 마을이 차우파디에 쓰이는 헛간을 허물게 하고, 차우파디 강요자에게는 지방 행정당국이 어떤 서비스도 제공하지 않겠다고 경고하는 계기가 됐다.
지난해부터 차우파디 관습을 따르라고 강요한 사람에게 최고 징역 3개월이나 3천 네팔루피(약 3만원)의 벌금형에 처하는 법도 도입됐다.
입법에 참여한 한 국회의원은 “법률 도입만으로 차우파디 관습을 끝내기에는 충분하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인식 변화와 여성 교육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보가티의 경우에도 시아버지는 이미 숨졌고, 남편은 말레이시아에서 일하고 있어 강요한 사람이 없음에도 풍습을 지키려다 변을 당했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