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노란 조끼’ 정국을 타개하기 위한 방편으로 오는 5월 국민투표를 치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3일(현지시간) 텔레그래프와 프랑스 현지 언론 등에 따르면 마크롱 대통령이 오는 5월 26일 프랑스 국회의원 정원 수 감축 여부와 국회의원의 다선(多選) 제한에 관한 의견을 묻는 국민투표를 시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프랑스의 의원 정원은 하원이 577명, 상원이 348명으로 지나치게 의원 수가 많다는 지적이 일각에서 제기돼왔다. 특히 국회의원 정원 감축과 다선 제한은 마크롱이 기득권을 쌓아온 정치권을 혁신하겠다면서 대선 공약으로 내세웠던 사안들이다. 프랑스 정부는 작년 봄 의원 정원 감축안을 마련했지만, 논의는 상·하원에서 가로막혀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마크롱의 국민투표 아이디어는 ‘노란 조끼’ 정국 타개용으로 검토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프랑스에서는 작년 11월 유류세 인하 요구에서 시작된 ‘노란 조끼’ 연속집회가 엘리트 기득권 계층에 대한 분노에 힘입어 직접민주주의 확대, 마크롱 퇴진 등의 요구로 확산했다. 특히 노란 조끼 시위 참가자들의 일부는 정부가 국가 주요 사안 결정 시 국민투표를 대폭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왔다.
프랑스 정부는 ‘국민투표 추진’ 보도를 완전히 부인하지 않았다. 나탈리 루아조 프랑스 외무부 유럽담당 장관은 이날 르피가로 등 언론사 3사 공동 회견에서 “대통령은 그 어떤 것도 배제하지 않고 있지만, 아직 결정한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아직 사회적 대토론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국민투표를 거론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마크롱 대통령이 노란 조끼에서 분출된 요구들을 청취해 정책에 반영하겠다면서 지난달 15일부터 두 달의 기한으로 전국에서 사회적 대토론을 열고 있는데 정부가 여기에 더 집중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현 프랑스 제5공화국 헌법에 따르면, 대통령은 국가 중대사안을 결정할 때 이를 국민투표에 부칠 수 있다. 1958년 출범한 제5공화국에서 국민투표는 모두 9차례 있었다. 마지막은 지난 2005년으로 자크 시라크 당시 대통령은 유럽헌법 인준안을 국민투표에 부쳤지만 부결돼 막대한 정치적 타격을 입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