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에미리트(UAE) 정부는 이슬람 발상지인 아라비아반도를 처음으로 방문한 프란치스코 교황을 여느 국가의 정상 못지않게 환대해 가톨릭 수장에 대한 예우를 갖췄다.
UAE의 국가 원수라고 할 수 있는 셰이크 무함마드 빈 자예드 알나흐얀 아부다비 왕세제는 3일(현지시간) 밤 공항에 직접 나가 교황을 영접했다.
교황은 4일 낮 대통령 궁에서 열린 환영식을 시작으로 공식 일정에 들어갔다.
UAE 정부는 교황의 동선에 맞춰 대통령궁 광장에 붉은 카펫을 깔고 의장대 도열, 군악대 연주로 교황을 맞이했다. 이 자리에는 아부다비, 두바이 등 UAE 7개 에미리트의 군주와 귀족이 대부분 참석했다.
대통령 궁에 교황이 도착하자 예포가 발사됐고, 교황청 깃발을 상징하는 노란색, 흰색 연막을 내뿜으며 공군 전투기 편대가 공중 분열식을 했다.
UAE의 대규모 환대와 대조적으로 교황은 기아자동차의 준중형차 ‘쏘울’을 타고 대통령 궁에 다다랐다.
UAE 현지 언론들은 “과시를 꺼리는 교황의 선택은 5만2천 디르함(약 1천600만원)짜리 조그맣고 소박한 쏘울이었다. 서울과 우간다 방문 때도 같은 차종이었다”고 소개했다.
교황은 전날 공항에 내려 UAE 정부가 제공한 메르세데스-벤츠 방탄 자동차를 사양하고 일행과 함께 버스로 이동했다.
UAE 정부는 4일 하루 각급 학교에 임시 휴교령을 내려 교황의 방문을 경축했다.
교황은 이날 오후 UAE 정치 지도자들을 접견한 뒤 이슬람 원로단을 만날 예정이다.
교황의 UAE 방문에 맞춰 이슬람 수니파 신학의 총본산인 이집트 알아즈하르 사원의 대이맘 셰이크 아흐메드 엘타예브도 이곳을 찾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