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5년간 유흥주점 등 불법업소가 밀집한 서울 강남권에서 근무한 경찰 11명이 단속 무마를 대가로 돈을 받아 징계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이 받은 상납금은 1억원이 넘는다. 이 중 최근 ‘버닝썬’ 클럽과 유착 의혹이 제기된 강남경찰서 소속 경찰은 4명이었다. 경찰과 클럽 간 유착에 대한 의혹의 눈초리가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6일 서울경제신문이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최근 5년 강남권 경찰 징계’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4년부터 올해 1월30일까지 서울 강남·서초·송파경찰서 경찰관 11명이 유흥·불법업소에서 단속을 무마해주는 대가로 상납을 받아 징계받았다. 징계 수위는 파면 6명, 해임 1명, 정직 3명, 강등 1명이다. 이들이 업주로부터 받은 상납금과 향응은 총 1억172만원가량이다.
‘버닝썬’을 비롯한 국내 최대 유흥가를 담당하는 서울 강남경찰서에서 징계받은 경찰은 총 4명이다. 강남서는 2009년 경찰 24명이 매달 유흥업소로부터 금품을 상납받고 단속을 무마해준 사실이 적발돼 무더기 중징계를 받았던 역삼지구대의 관할서다. 이 같은 논란 이후에도 상납 관행이 계속된 것이다. 2014년에는 강남서에서 3명의 경찰이 징계를 받았다. 이들은 강남서 경무과 소속으로 성매매업소 및 유흥주점 관계자로부터 478만원 상당의 금품과 향응을 제공받아 각각 파면·정직·강등 처벌을 받았다. 2017년에는 무등록 자동차 대여업자가 논현1파출소 경찰에게 1,080만원 상당의 향응을 접대했고 해당 경찰은 파면당했다.
강남에 비해 상대적으로 유흥업소 밀집도가 낮은 서초·송파경찰서에서 징계받은 경찰은 각각 5명, 2명이다. 이들 중 6명이 유흥업소 등 업주로부터 총 6,113만원 상당의 금품과 향응을 접대받아 3명이 파면되고 1명이 해임됐다. 다만 상납금액이 100만원을 밑도는 경찰 2명은 정직 처분됐다. 나머지 1명은 2016년에 무등록 렌터카 업주로부터 2,500만원 상당의 향응을 받아 파면됐다.
이는 빙산의 일각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유흥·오락 등 불법업소 단속을 벌이는 일선서 풍속계 소속 경찰 관계자는 “강남권 경찰의 업소 유착 의혹은 하루 이틀이 아니다”라면서 “단속이 강화되는 만큼 이들은 더 교묘한 방식으로 단속 무마와 상납 관행을 이어가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경찰의 불법업소 단속 무마 상납 관행에 대해 경찰청 청문감사관실은 “현재로서는 답할 수 없다”고만 했다.
이 의원은 “철저한 수사를 통해 제기된 의혹을 명확히 규명하고 경찰과 유흥업소 간 유착을 근절하기 위한 제도적 대책이 보완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경찰은 버닝썬과 경찰 간 유착 의혹이 커지는 만큼 철저한 수사를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다. 서울지방경찰청은 지난달 30일 광역수사대를 전담수사팀으로 지정해 버닝썬 내 성폭력, 마약, 버닝썬과 경찰 간 유착 의혹 등을 집중 내사하겠다고 밝혔다.